폭염에 쿨비즈·바캉스룩 수요 급증…불경기 패션업계 '단비'
주요 백화점 여름세일 매출 '쑥'…패션잡화 판매 증가 두드러져
바캉스룩 인기에 온라인 수요까지 들썩…'완판' 행렬에 즐거운 비명도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패션업계가 때 아닌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무더위에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출근복이나 휴가지에 어울리는 바캉스룩 수요가 대폭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은 전통적인 패션 비수기로 통하는 탓에 업계는 예기치 않은 매출 신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요 백화점들의 여름 정기세일 매출이 일제히 증가세를 보였다. 불볕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쇼핑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아진 데다, 백화점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패션잡화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진행한 여름 정기세일 실적을 집계한 결과 작년에 비해 매출이 2.9% 늘었다. 매출 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상품군은 스포츠웨어로 15.4% 증가했고, 해외패선(17%), 대형가전(8%), 스포츠신발(7.6%) 등이 뒤를 이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무더위로 수영복, 레저용품 수요가 많아 스포츠 상품군이 호조를 보였고, 고가 시계와 해외명품 실적도 크게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3.1% 늘었고 명품(14.2%)과 수입의류(12.9%)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5.5%, 갤러리아백화점은 9.9% 증가했는데 모두 명품 매출 증가율이 20%를 웃돌며 가장 높았다.
더운 날씨에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비즈니스 캐주얼을 허용하는 기업이 늘면서 쿨비즈룩도 각광 받고 있다. GS샵은 지난 6월 남성의류 취급고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59% 증가해 전체 의류 상품군에서 가장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노타이(No-tie) 열풍으로 목선을 없앤 제품이 인기라는 설명이다.
온라인·모바일 패션 수요도 들썩이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통합 온라인몰 SSF샵은 최근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휴가 시즌 상품을 구매하려는 고객이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수영복과 원피스 등 여름 상품을 주문한 당일 받아볼 수 있는 '퀵배송 서비스'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기준 SSF샵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40% 신장했고 고객 유입율은 20% 늘었다.
나경선 온라인사업담당 그룹장은 "여름 상품을 중심으로 퀵배송 무료 서비스를 신청하는 고객이 많고, 본격적인 휴가 시즌인 것을 고려하면 이용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패션업계에서 여름철은 상품별 단가가 높지 않고 히트상품이 드문 시즌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일부 여름상품은 이례적으로 품귀현상까지 빚으면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여성 캐주얼 브랜드 '지컷'은 지난 6월 출시된 리조트 컬렉션이 출시 한 달 만에 대부분 품목이 완판돼 재생산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가장 높은 인기를 끌었던 것은 티셔츠로, 토드 셀비 로고와 동물 프린트가 들어간 티셔츠는 초두물량 2700장 중 70%가 판매돼 1000장을 추가 생산하기로 했다. 느슨한 가운 형태의 로브 또한 200장을 완판하고 이후 재생산한 300장도 지난 20일 기준으로 절반가량 팔려나갔다.
이랜드월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에선 여름 주력 상품인 반팔 티셔츠와 린넨 밴딩팬츠, 드라이어스진 등 총 3가지 상품이 최근 3개월간 100만장 판매고를 올리며 시즌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티셔츠와 청바지는 계절 구분 없이 인기 있는 아이템이지만 최근에는 시원한 소재를 활용한 상품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인기 사이즈는 계속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해당 상품은 지속적인 퀵리오더로 결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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