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일자리 '훈풍'…연구직 늘었지만 영업직 줄어
얼어붙은 고용시장서 제약·바이오 일자리는 확대…8개 기업은 100명 이상 채용
'R&D' 중요성 커지며 연구직 늘고 영업직 줄어…직원 능력개발 프로그램도 확대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에도 고용지표가 역대 최악으로 흐르는 가운데, 국내 제약기업들은 신규 인력 채용을 확대하며 고용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의약품 연구개발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업계는 연구직 채용을 늘리고 직원들의 직능개발 기회도 확대하는 분위기다.
3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201개 주요 제약기업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3286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 기간에 100명 이상의 인력을 채용한 기업은 모두 8곳이었다. GC녹십자가 333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미약품(262명)과 대웅제약(229명), 휴온스(219명) 등은 200명 이상을 고용했다.
협회가 집계한 고용현황을 보면 제약업계는 작년까지 최근 10년간 연평균 2.7%씩 고용을 늘렸다. 2008년 당시 7만5406명이었던 종사자 수는 작년 말 기준 9만5524명으로 10년새 2만118명 증가했다. 해마다 약 2000명을 신규 고용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 달리 국내 고용시장 전반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자 수 증가폭이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10만명을 밑돌면서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일자리 쇼크가 이어지고 있다. 악화일로인 고용시장 상황에 비춰보면 제약업계의 잇따른 고용 증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직군별 고용 증가율을 보면 일자리 지형 변화도 감지된다. 가장 큰 증가폭을 보인 것은 연구직 인력으로, 2008년 7801명에서 지난해 1만1925명으로 10년새 52.9% 급증했다. 같은 기간 생산직 종사자는 2만3212명에서 3만3129명으로 42.7% 늘었다.
반대로 영업직은 2만6721명에서 2만5618명으로 4.1% 축소됐다. 10년 전만해도 전체 직군에서 35.4%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영업직은 지난해 26.8%로 10%p 가까이 감소했다. 생산직이 30.8%에서 34.7%로 비중을 늘리며 그 자리를 대체했다. 제약기업들이 미래 경쟁력을 위해 영업·마케팅보다는 의약품 연구개발과 품질관리 분야를 강화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기업들은 인재를 폭넓게 영입하기 위해 채용 문턱을 낮추고 지원자들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GC녹십자는 2016년 제약업계의 고용 증가를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어 올해 상반기 채용에서도 국내 제약기업 중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했다.
지난 5월 13일까지 신입 및 경력직 인력을 모집한 한미약품은 국내영업 부문 지원자 모두가 인적성 검사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국내영업 부문 1차 면접은 구직자들이 상경해야 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 등 5개 도시에서 진행했다.
올해들어 140명의 인재를 채용한 보령제약은 지난해부터 1차 면접 및 인적성 검사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다. 지원자들이 직무 적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다. 2014년에는 일방향 면접에서 벗어나 양방향 소통을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면접을 도입한 바 있다.
직원들이 입사 이후에도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사내 프로그램도 각광받고 있다. 대웅제약은 '직원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이라는 방침에 따라 다양한 교육 제도를 운영 중이다. 직원이 정기적으로 부서를 이동하며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경력개발프로그램(CDP)과 학습조직(CoP), 직원 역량 향상을 위한 사내·외 교육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2015년부터는 글로벌 우수인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나이, 성별, 직무에 상관없이 해외 진출에 대한 목표와 자기 성장에 대한 의지가 있는 직원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매년 초 희망자를 모집해 총 8개월간 지원 국가의 언어와 다양한 직무, 문화 등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은 “글로벌 우수인재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직원들은 체계적인 교육과 현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웅제약과 미래 제약산업을 이끌어 갈 글로벌 인재로 거듭나고 있다”며 “이 프로그램은 대웅제약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고, 사업 기회와 영역을 확대하는데 보탬이 되는 효율적인 인재 육성의 요람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올해 하반기 국내 제약기업들이 대대적으로 참여하는 채용 박람회를 열 계획이다. 오는 9월 7일로 예정된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채용박람회’에서는 채용상담과 면접, 직무별 1:1 멘토링, CEO특강, 취업전략 컨설팅 등이 진행된다.
협회 이사장단은 이번 채용 박람회에 모든 회원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키로 했다. 이사장단사는 이사장사인 유한양행을 비롯해 대웅제약·대원제약·동구바이오제약·동아ST·보령제약·삼진제약·안국약품·일동제약·종근당·한미약품·휴온스글로벌·GC녹십자·JW홀딩스 등 14개사로 구성돼 있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이 시대의 핵심 국가 과제인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극복에 우리 제약·바이오산업계가 선도적으로 기여해 국민산업이자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자는 데 이사장단사가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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