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해외 증권 투자 첫 20조 돌파…수익률 '응답하라'
1분기 말 해외 유가증권 자산 20조8016억…전년比 19.4%↑
대한생명서 간판 바꾼 후 급속 확대…답보하는 수익률 숙제
한화생명이 해외 증권 투자 규모가 2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보험사가 보유한 해외 증권 액수가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한화생명이 처음으로, 다른 대형사들은 여전히 많아야 10조원 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것과 비교하면 분명 눈에 띄는 모습이다. 이처럼 남다른 행보가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를 두고 보험업계의 관심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투자 수익률은 한화생명의 고민이 될 전망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화생명의 해외 유가증권 자산은 20조8016억원으로 전년 동기(17조4278억원) 대비 19.4%(3조3738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보험업계에서 이처럼 특정 보험사의 해외 유가증권 규모가 20조원을 넘긴 사례는 한화생명이 처음이다. 경쟁 보험사들과의 격차도 상당한 수준인 만큼 한화생명은 당분간 해외 투자 최대 보험사로 남을 공산이 크다.
한화생명에 이어 해외 유가증권을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은 교보생명으로 14조3731억원 정도다. 이어 NH농협생명이 12조5047억원으로 많은 편이다.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도 12조2974억원으로 10조원 대에 머물고 있다. 이밖에 DB손해보험(5조9847억원)·동양생명(5조2697억원)·현대해상(5조1699억원)·KB손해보험(4조5695억원)·흥국생명(3조9428억원)·KDB생명(3조3106억원) 등이 해외 유가증권 보유량 상위 10개 보험사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생명이 해외 투자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한 시점은 대한생명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달며 글로벌 보험사 기치를 내건 뒤부터다. 2012년 말 사명 변경 전까지 줄곧 1조원 대를 유지하던 한화생명의 해외 유가증권 자산은 2013년 말 단숨에 3조원을 돌파하며 늘기 시작하더니 5년여 만에 현재 수준까지 불어났다.
이에 따라 한화생명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해외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크게 늘었다. 한화생명의 지난 1분기 말 운용자산(84조4954억원) 대비 해외 유가증권 비율은 24.6%로 보험사들 중 가장 높았다. 보험사 전체 평균인 12.5%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이제 관심은 그 성과에 쏠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잘 굴려 만기 시 이자까지 붙여 돌려줘야하는 보험사 입장에서 투자 수익률은 안정적인 경영의 핵심 토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해외 투자에 대한 보험사들의 관심이 한창 높아져 있는 분위기는 한화생명의 자산운용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배경이 되고 있다.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국내 채권이나 주식만으로는 자산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실정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유가증권과 대체투자에서 추가적인 수익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한화생명의 투자 수익률이 신통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생명의 올해 1분기 운용자산이익률은 3.79%를 기록했다. 이는 ▲AIA생명 4.47% ▲미래에셋생명 4.38% ▲푸르덴셜생명 4.08% ▲교보생명 4.04% ▲ABL생명 4.01% ▲DB생명 3.94% ▲IBK연금 3.82% 등에 이어 8번째 수준이다. 특히 글로벌 금리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같은 기간(4.09%) 대비 0.30%포인트 하락하며 4%대 이하로 떨어졌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리가 상승 기조로 돌아서면서 해외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이런 면이 자산운용 수익률에 반영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한화생명의 경우 수년 째 해외 투자를 늘려온 만큼 이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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