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든 바보’ 잉글랜드는 오명 벗어던질까
유로 2008 예선 당시 크로아티아에 패해 탈락
10년 만에 공식 대회서 설욕 성공할지 관심
상대 전적은 물론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잉글랜드이지만 이번 크로아티아와의 4강전은 복수전 성격을 담고 있다.
축구종가 잉글랜드가 12일 오전 3시(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크로아티아와의 준결승전을 치른다.
자국에서 열린 1966년 대회 우승 이후 52년째 월드컵 결승 무대 경험이 없는 잉글랜드 입장에서 이번 크로아티아전은 반드시 승리하고픈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잉글랜드는 세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보유한 덕분에 화려한 선수 면면을 자랑하다. 하지만 국제 대회에서 성적이 받쳐주지 못했고, 이로 인해 ‘거품론’에 시달리며 종가의 자존심은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잉글랜드 축구는 참사로 기억된 유로 2008 예선 탈락 이후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고, 이번 월드컵에서 결실을 맺으려 하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슈퍼스타들은 부족하지만 오히려 ‘원 팀’이 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4강까지 승승장구했다.
잉글랜드가 개혁의 고삐를 쥐게 된 결정적 요인은 다름 아닌 이번에 맞붙는 크로아티아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유로 2008 예선 당시 톱 시드였던 잉글랜드는 크로아티아, 러시아, 이스라엘, 마케도니아, 에스토니아, 안도라와 함께 예선 E조에 속했다. 이렇다 할 강팀이 없었기에 잉글랜드의 무난한 예선 통과가 예상됐다.
출발은 좋았다. 안도라와의 홈 1차전을 5-0 승리로 장식한 잉글랜드는 마케도니아 원정에서도 승리를 따내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나 잉글랜드의 화려한 스쿼드는 거품에 지나지 않았다.
마케도니아와의 예선 3차전(홈)서 0-0 무승부를 기록한 잉글랜드는 크로아티아 원정서 0-2 충격패를 당했다. 이어 이스라엘 원정에서도 0-0로 비겼고, 이후 5경기서 승리를 따내며 한숨을 돌리는 듯 했지만 러시아 원정서 다시 0-2로 패해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그리고 맞이한 크로아티아와의 최종전. 당시 크로아티아는 조 1위를 확정한 상태였고, 잉글랜드 역시 골득실에서 3위 러시아에 여유가 있었던 터라 비기기만 해도 2위로 유로 본선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여기에 장소 역시 잉글랜드 축구의 성지인 웸블리 스타디움이라 승리를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안이했던 경기력은 참사로 귀결됐다.
경기 시작 8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한 잉글랜드는 14분에도 추가골을 얻어맞으며 암운이 드리워졌다. 이대로라면 1시간 뒤 열릴 러시아가 안도라 원정서 승리하면 순위가 뒤바뀌는 상황이었다.
급히 정신을 차린 잉글랜드는 후반 초반 프랭크 램파드와 피터 크라우치의 연속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후반 막판 결승골을 허용했고, 러시아가 승점 3을 따내며 충격적인 순위 역전이 일어나고 말았다.
탈락이 확정된 웸블리 스타디움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렸고 당시 사령탑이던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은 우산을 쓴 채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영국 현지 매체는 ‘우산을 든 바보(Wally with the Brolly)’라는 희대의 조롱언사를 보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