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의지 강한 金, 외부요인보다 국가관 인식 큰영향
김정은 愛民 부각…3대 세습 정통성 취약, 권력불안 탓
“北核은 생존 딜레마 봉착 주지시켜야” 비핵화 달성 키
박재완 화생방방재硏 연구원 ‘지도자 정체성 모델’ 제시
핵보유의지 강한 金, 외부요인보다 국가관 인식 큰영향
김정은 愛民 부각…3대 세습 정통성 취약, 권력불안 탓
“北核은 생존 딜레마 봉착 주지시켜야” 비핵화 달성 키
북한과 미국이 지난달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협의는 향후 협상의 기본 틀을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합의 이행 방법과 관련해선 서로 다른 셈범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계속되는 대목이다.
6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박 2일간 평양에 머물면서 비핵화 후속협상을 벌였다.
북미가 비핵화 검증 등 핵심 사안을 논의할 워킹그룹을 구성키로 한 것은 정상성명의 구체적인 이행 협의를 위한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러나 북미 공동성명 이행 방법을 놓고 양측의 인식과 셈범이 다르다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났으며, 이로 볼 때 핵심 현안인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현실화하려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담 후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일본으로 향한 후인 7일 저녁 북한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비핵화 요구만 했으며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강하게 표시했다.
박재완 화생방방재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도자 정체성 모델’을 제시하며 최고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인식전환이 한반도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지목했다.
‘지도자 정체성 모델’ 사례에 따르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던 나라들은 외부적 요인보다 국가 정체성에 대한 지도자의 인식이 더욱 큰 역할을 했다. 자신감과 공포가 공존하면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자 하는 반항적 민족주의자 유형의 지도자가 핵무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다.
박재완 수석연구원은 ‘지도자 정체성 모델’을 배경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아관’, ‘국가관’, ‘대외관’을 파악하고 이들 인식을 변환시키는 것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자아관을 ‘애민(愛民)의 지도자상’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실제로 북한 주민들을 사랑하는 지도자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타인에게 그렇게 각인되기를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과거 수차례 신년사를 통해 주민들을 사랑한다는 표현을 강조했고 주민 생업과 직접 관련된 시설들을 시찰하면서 애민 지도자상을 과시했다. 최근에는 평안북도 신도군과 신의주 일대 공장을 시찰하면서 낡은 승용차를 타고, 양복 앞 단추를 풀어헤치는 등 소탈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에 박 연구원은 핵 무력 강행이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로 이뤄지고, 북한 주민의 생활이 힘들어짐을 알게 될 때 김 위원장 스스로도 ‘애민의 지도자상’이 허구임을 인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 프로그램은 경제적인 이득이 없음을 주지시킴으로서 핵 개발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국가관은 당이 곧 국가이고 국가가 곧 당이라는 당 우월주의와 권력 공고화로 정리된다. 김 위원장은 그간 유일영도체제 확립을 위해 당 정당성 확보와 군부 독주 견제 및 숙청을 중시해왔다.
이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3대 세습에 의한 취약한 정통성 및 권력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측된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비교해 후계자 교육 및 우상화 기간이 매우 짧은 만큼 불안감을 더욱 크게 느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김 위원장에게 핵무력은 오히려 권력이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인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정권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숨도 담보받지 못한다는 점을 주입시켜야 한다”며 “북한의 시장 확대 등 인민들의 인식 변화로 인해 더 이상 수령결사옹위 정신에 한계가 있음을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 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국제정치 대외관은 ‘힘’만이 지배할 수 있는 현실주의 정치의 장이라고 내다봤다. 3대에 걸친 숙명은 주체혁명사업을 완수해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는 것이며 이같은 목표 달성할 힘의 수단이 핵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핵무력 추구가 정권과 체제의 생존까지 위협한다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인식시켜야 한다”며 “김 위원장은 핵무력 완성으로 전쟁 억제력을 보유했다고 믿고 있지만 북한의 핵억제력은 오히려 안보와 생존 딜레마에 봉착된다는 점을 끊임없이 인지시켜야한다”고 강조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