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 단축 시행 앞서 유연근무제·집중근로제 등 시범 운영
업무량 과다, 인건비 부담, 중견·중소업체 임금 감소 문제
#. 식품회사 생산직에 근무 중인 A씨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앞두고 한숨이 깊다. 초과 근무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수당을 덜 받게 되면서 당장 생활비 걱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벌이로 딸 하나 키우기도 빠듯한 상황이라서 당장 저녁이 있는 삶은 커녕 투잡을 뛰어야 할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 몇달 전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시작한 A대기업에 다니는 B씨는 퇴근만 빨라졌을 뿐 업무량은 그대로라고 토로한다. 흡연, 커피 마시는 자투리 시간을 줄이고 점심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마저도 철저히 감시받고 있다는 것. 또 할당받은 업무량을 끝내기 위해서는 재택근무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7월부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본격시행을 앞두고 유통 대기업은 물론 식품 제조업체들이 유연근무제나 집중근로제 등의 대안을 시범 운영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은 세부적인 방안을 조율 중이지만 중소기업들은 그마저도 전무하다시피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형 백화점업체는 근로시간 단축 본격 시행에 앞서 지난달부터 근무시간 단축 시범 적용을 시작했다. 일부 식품업체에서는 일정 시간이 되면 컴퓨터가 꺼지도록 만드는 PC오프제와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 1개월 만에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과 일과시간에 업무 집중도가 높아져 능률이 올라간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반면 당초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던 직원들의 '워라밸'이 오히려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회사의 문제라기보다 제도 시행 전에 세부 지침 환경을 마련하지 않고, 업종별로 갖고 있는 특성도 고려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며 "급격한 변화 때문에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생산 비중이 높은 식품·패션제조 기업들의 경우 양질의 일자리보다 파트타임 등 비정규직 위주로 일자리가 늘어나 오히려 효율성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가 인력 고용으로 늘어난 인건비도 상당한 부담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52시간 근무제의 취지는 좋으나 업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며 "인건비 증가도 문제지만, 생산라인에 즉각 투입될 만큼 숙련된 인력을 적시에 충원하기 쉽지 않은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고충은 중견, 중소기업으로 갈수록 심각하다. 실제 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서 377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해당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예상되는 가장 큰 경영 문제점으로 ‘인건비 부담 가중’(37.1%)을 꼽았다. ‘가동률 저하로 인한 생산량 차질’(18.8%)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당장 추가 인력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주 52시간을 강행한다면 중소제조업체의 경우 공장 가동이 힘들 수 있다"면서 "사전 준비없이 강행한 근무시간 단축으로 결국 근로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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