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체계 재산정...차등수수료 도입되나
카드사 노조 "영세 가맹점 수수료 낮추되 대형사 수수료 현실화해야"
평균 수수료 2%-대형 가맹점 1%대 수준…현실화 가능성 "지켜봐야"
금융당국이 3년마다 돌아오는 카드 수수료율 원가 재산정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대안으로 제시된 ‘차등수수료율제’ 도입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상의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 조치가 목전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업권 간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지만 수익 악화를 우려한 업권 간 입장 차가 워낙 첨예해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카드사 노조가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 경감과 카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방안으로 차등수수료제와 업종별 하한수수료 가이드라인 등을 제시하고 나섰다. 카드사노조협의회와 양대 금융노조(금융노조-사무금융서비스노조)를 주축으로 출범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건의사항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최근 정부가 ‘서민금융 활성화’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기조와 관련해 무엇보다 대형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은 2% 수준인 반면, 백화점이나 자동차업종, 통신사와 주유업계 등 소위 대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 가맹점들의 경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1.5~1.8%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이 책정돼 있다.
‘차등수수료제’는 영세·중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대형가맹점에 대한 카드수수료를 높이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실제로 연 매출 5억원 이상 대형 가맹점에 대해서는 초과구간을 세분화하고 해당 가맹점에 적용되는 수수료율 상한제에도 차등을 두자는 것이다.
공투본 관계자는 “재벌 가맹점의 수익이 전체 수수료 중 90%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영세업자들을 위해 시행한 카드 수수료율 인하 때마다 대형가맹점들 역시 형평성 등을 이유로 수수료율 인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의 검토 방침에도 개선안 현실화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영세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수료 인하 기조 속에서 차등수수료제도가 제대로 정착만 된다면 카드업권 전반에 걸쳐 수익성 악화를 모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작용할 것이지만 이를 관철시키는 과정 자체가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매번 카드 수수료 차등화 이슈가 수면 위로 오를 때마다 대형마트를 비롯한 대형 가맹점들은 카드 결제 거부 등을 통해 맞서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여기에 영세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수수료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대형사들의 수수료 인하 ‘압박’ 또한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실제로 지난해 한 자동차업체가 카드 가맹계약 갱신을 조건으로 가맹점수수료율을 기존보다 0.3%p 내린 1.55% 수준으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한 바 있고, 최근 주유업계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악화 등을 근거로 카드업계와 정부를 상대로 ‘유류세분 카드수수료 반환청구’소송 제기를 예고하고 나섰다.
업권의 한 관계자는 “여전법 상으로는 대형 가맹점들이 카드사에게 낮은 수수료를 강요하거나 수수료 인상을 거부하는 행위, 보상금 등 리베이트를 요구하거나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행위 등은 여전법 상 위법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사문화된 지 오래”라며 “당장 카드사의 수익에서 상당 규모를 차지하고 있어 카드사 역시 동등한 입장의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에 관련 규정 개정 등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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