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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남아도는 초대형IB 증권사 '풍요 속 빈곤'


입력 2018.05.15 06:00 수정 2018.05.15 07:41        부광우 기자

'실탄 장전' 5대 증권사 재무건전성, 업계 평균 3배 이상

투자 10배 확대 가능하지만…김빠진 정책에 '닭 쫓던 개'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초대형투자은행(IB)들의 지난해 말 평균 순자본비율(NCR)은 1687.4%로 증권사 전체 평균(520.5%)의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초대형투자은행(IB)으로 선정된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지금보다 투자 규모를 최대 10배까지 늘릴 수 있는 자본을 확보하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골드만삭스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장밋빛 청사진에 자본을 대거 확충, 초대형IB가 되는 데는 성공했지만 당초 기대만큼 투자의 길이 열리지 않으면서다.

더욱이 과거 초대형IB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쳐 온 윤석헌 전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이 금융감독원의 수장이 되면서 관련 증권사들의 속앓이가 더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법인 45개 증권사의 평균 순자본비율(NCR)은 520.5%를 기록했다. NCR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 지표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자본 여력이 크다. 영업용순자본에서 위험액을 뺀 뒤 필요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눠 산출된다.

초대형IB 증권사들의 자본 상황이 눈에 띄게 여유로운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초대형IB들의 평균 NCR은 1687.4%로 증권사 전체 평균의 3배가 넘었다. 이들은 제외할 경우 증권사 평균 NCR은 145.8%포인트 하락해 374.7%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별로 보면 미래에셋대우의 NCR은 2386.6%로 업계 평균 대비 4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의 NCR도 각각 1811.2%, 1609.0%, 1469.9%로 증권사 평균의 3배 안팎에 달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초대형IB 증권사들 중 상대적으로 낮은 1160.1%의 NCR을 나타냈지만 이 역시 증권사 평균 대비 2배를 웃도는 수치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현재 초대형IB들의 재무 상태가 매우 안정적이라는 긍정적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해당 증권사들이 꼭 웃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필요 이상으로 NCR이 높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쌓아놓은 자금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초대형IB 증권사들의 NCR은 금융당국의 규제 수준을 한참 상회하는 수준이다. 증권사는 NCR이 150% 아래로 떨어지면 장외파생상품 매매가 제한되고, 50~100%일 경우에는 금감원으로부터 경영개선 권고를 받게 된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평균 NCR이 1600%를 넘는 초대형IB들의 경우 현재의 10배 이상 투자를 늘릴 여유가 있는 셈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NCR을 150%만 넘기면 경영에 아무런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당 증권사들이 자본을 불려놓은 이유는 적극적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는 대형 금융사를 육성하겠다며 금융당국이 추진한 초대형IB 사업 때문이었다. 지난해 초대형IB 증권사를 선정하면서 금융당국이 필수 조건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내걸자 이를 맞추기 위해 자본을 끌어 모으기 시작한 측면이 강하다.

문제는 초대형IB 사업이 시작부터 삐거덕대고 있다는 점이다. 초대형IB의 핵심인 단기금융 업무 인가를 얻어낸 곳은 아직 한국투자증권 한 곳뿐이다. 자기자본 요건을 갖춘 5개 증권사 모두 초대형IB 사업자가 되는 데는 성공했지만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이나 예전 제재 등을 이유로 다른 4개 증권사들에게는 단기금융을 허용하지 않아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들의 유난히 높은 NCR은 초대형IB 사업 인가 이후 투자 확대를 위한 준비의 흔적"이라며 "그런데 단기금융 불허 등으로 초대형IB 사업이 시작부터 힘을 잃으면서 해당 증권사들이 애써 모은 자본만 갈 길을 잃은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윤 신임 금감원장의 존재가 초대형IB 증권사들을 더 한숨짓게 하고 있다. 윤 원장은 지난해 10월 금융행정혁신위원장 당시 금융 혁신과 관련한 권고안 발표를 통해 "초대형IB의 신용공여는 결국 은행과 같은 기업대출 성격인데 이것이 IB 본연의 기능인지 알 수 없다"며 초대형IB 사업에 대해 의문을 드러낸 바 있다. 또 "업권 간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시스템 리스크만 초래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자칫 초대형IB 정책이 표류하게 되면서 이를 바라보고 달려온 증권사들만 닭 쫓던 개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특히 정책 추진 주체로서 구심점이 돼 줘야 할 금융당국의 역할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뀐 이후 지난 정부 시절 사업인 초대형IB를 대하는 금융당국의 입장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며 "일관성 없는 정책은 회사 입장에서 보면 리스크 요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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