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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견례 하루 만에…금융위-금감원 대립각 '수면 위'로


입력 2018.05.10 06:00 수정 2018.05.10 06:24        배근미 기자

최종구 위원장, 상견례 당일 ‘금융체계 개편 논의 가능성’ 일축

‘삼성증권’ 동일 사안-다른 해석…‘삼바’ 업무 처리 놓고도 이견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를 방문,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경제현안을 둘러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대립각 구도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의 취임을 계기로 두 금융당국 수장들이 만나 협업과 소통 강화를 다짐했지만 금융감독규제 개편 등 기관 간 이견이 불가피한 이슈들이 켜켜이 쌓여있어 이같은 분위기가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신임 금감원장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접견실에서 취임 후 첫 상견례를 가졌다. 최종구 위원장은 “현 정부의 철학과 정책 취지 등에 대해 잘 이해하고 계신 만큼 큰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금감원이 금융감독기구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금융위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원장 역시 “기관 간에 상호 존중하고 소통창구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최 위원장과 보폭을 맞췄다. 이날 30여 분간에 걸쳐 진행된 비공개 면담에서 두 수장은 기관 간 협력방안과 더불어 삼성증권 배당사고, 삼성바이로직스 회계 위반 의혹, 금융권 채용비리 등 최근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파열음을 냈다. 윤 원장이 지속적으로 언급해 온 금융감독체계 개편 이슈에 대해 최종구 위원장이 사실상 정면 반박에 나선 것이다. 이날 출입기자 오찬간담회에 참석한 최 위원장은 “감독체계 개편은 윤 원장께서 계속 해오던 말씀이지만 전체적으로 정부 조직 개편과 맞물린 문제이기 때문에 감독원장이 새로 왔다고 해서 이 문제를 새롭게 논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비단 이번 사안 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8일 금융위와 금감원이 ‘삼성증권 배당사고’와 관련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서로 엇갈렸다. 삼성증권 직원들의 ‘유령주식’ 매도 행위에 대해 금감원은 고의성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 고발 방침을 밝힌 반면, 금융위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고의성 여부를 사실상 일축한 것이다.

이에대해 금감원은 서로 다른 혐의에 집중하다 생긴 일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두 금융당국의 입장 차가 향후 삼성증권에 대한 제재수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삼성증권과 임직원에 대해 최대한 엄정히 제재하겠다고 밝힌 금감원이 금융위 측에 중징계 의견을 표명하더라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의결 과정에서 이에 대한 의견 차가 드러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금감원 사전통지 결정에 있어서도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최근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회계위반을 뜻하는 조치사전통지서를 전달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와 사전 조율이 되지 않았다는 논란도 함께 불이 붙었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사안 자체가 크고 투자자 다수가 연관돼 이들을 보호할 방법을 찾다 내린 고육지책"이라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금융위와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며 현재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반면 최종구 위원장은 “사전통지 업무는 증선위가 금감원에 위탁한 업무인 만큼 금감원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면서도 “다만 이번 건의 경우 전례없이 사전통지 사실을 공개했고 시장에 충격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금감원의 결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전통지로 문제가 생긴 만큼 지금처럼 금감원에게 사전통지를 맡겨놓을지 여부는 별도로 검토해 봐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윤석헌 원장이 하루 전 취임사를 통해 밝힌 금감원 '독립성 강화'에 대한 의미에서조차 양측의 입장 차는 극명하다. 윤 원장은 "금감원이 수많은 과제들에 포획돼 금융감독의 지향점을 상실했다"며 "금감원이 단지 행정의 마무리 수단이 되어서는 곤란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을 가지고 시의적절하게 브레이크를 밟아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최 위원장은 "금감원은 금융위 설치법에 따라 설치된 기관"이라며 "정책업무를 함에 있어 두 기관 간 선을 긋기보다는 유기적으로 협조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와 같은 두 기관 간 의견 충돌 이슈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두 기관의 특성 상 동일한 사안에도 기본적으로 일정 부분의 시각 차가 있는데다 '개혁파'인 윤석헌 원장의 취임을 계기로 감독당국으로써 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며 "은산분리 완화 문제, 금융회사 노동이사제 도입, 초대형 IB 등 주요 쟁점을 둘러싼 불씨 역시 또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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