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구원투수 나선 '개혁론자' 윤석헌…금융혁신 새 바람 몰고 올까
최흥식·김기식 낙마 이후 현 정부 3번째 인선…비관료 기조 이어가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포문 연 혁신론자…감독체계 개편 등 수면 위
‘금융개혁론자’로 손꼽히는 윤석헌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객원교수가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내정됐다. 금융개혁의 적임자로 평가받던 2명의 수장들이 잇따라 불명예 낙마한 이후 정부가 고심 끝에 윤 교수를 또다시 금감원장으로 낙점하면서 향후 금융개혁의 고삐를 바짝 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4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전 금융위 의결을 거쳐 김기식 전 금감원장 후임으로 윤석헌 교수를 임명 제청했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학계와 금융권, 공공부문 전반에 걸친 자문 활동을 통해 금융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는 윤 내정자를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해 금융감독 분야의 혁신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며 내정 배경을 밝혔다. 취임식은 이르면 오는 8일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2명의 비관료 출신 수장들이 연거푸 낙마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는 감독당국 수장 인선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비관료 출신 인선을 예고했으나 개혁 의지와 금융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외부인사를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아 난항이 예상되기도 했다.
비관료 출신인 윤 내정자는 국내 대표적인 개혁 성향의 경제학자로 현 정부가 찾던 금융에 대한 전문성과 개혁성을 두루 갖춘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개혁을 위한 밑그림도 이미 그려놓은 상태다. 지난해 11월 금융위 직속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역임한 윤 내정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의 포문을 열었고, 금융지주회장의 자격요건 강화와 같은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 문제, 은산분리 완화 반대를 통한 재벌의 사금고화 가능성을 차단하는 등 등 금융권 내 굵직한 현안에 대한 권고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이번 윤 내정자의 금감원장 선임을 기점으로 우선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윤 내정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운 금융감독기구 개편방안의 골격를 짠 인물로, 현 금융감독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함께 관장하는 금융위의 과도한 영향력으로 관치 등 폐해가 여전하다며 국내 금융전문가 100여명과 금융위의 해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선임 역시 정부가 향후 추진할 금융감독개편 방향을 보여준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금융산업 육성보다 감독에 힘을 실은 개혁적 성향을 띄고 있지만 금융시장을 배제한 막무가내식 개혁보다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5년 금융개혁과 관련한 한 시평에서 윤 내정자는 “금융당국과 금융권 간 지향점이 달라 엇박자가 계속되면서 실효성에 문제가 생길까 우려된다”며 “금융개혁 성공을 위해선 금융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확실한 신호를 전달 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정책과 규제완화를 법으로 보장하거나 시장을 설득할 만한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혁신 및 정책 수립 과정에서 금융위와 공조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이냐 또한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의 뒤를 잇는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추진을 공식화했으나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반대 기조가 확고한 윤 내정자의 등장으로 더욱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고, 윤 내정자가 혁신위원장 당시 권고한 근로자추천이사제나 초대형 투자은행, 기촉법을 둘러싼 의견 차도 적지 않아 양 기관 간 간극이 계속될 경우 발생할 금융권 내 혼란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윤 내정자의 과거 감독당국 수장으로의 역할론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을 살펴보면 향후 금융감독 기조를 일정 부분 가늠해 볼 수 있다. 윤 내정자는 지난 2015년 취임 갓 100여일이 지난 진웅섭 전 원장에 대한 진단 등을 통해 “윗선과 코드를 너무 맞춘 탓에 금감원 만의 영역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금감원이) 사안에 따라서는 정부의 금융정책을 견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