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실험 성공' 메리츠화재, 보험료 올리나
지난해 GA 손보사 신계약 중 20.9% 차지 '점유율 1위'
회사는 사상 최대 실적 달성…고공행진 사업비율은 우려
메리츠화재가 독립법인대리점(GA)을 중심으로 한 영업 확대 실험의 성공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최근 메리츠화재는 이른바 보험백화점으로 불리는 GA에서 체결된 국내 손해보험 계약 5건 중 1건 이상을 독식하며 이 시장에서의 선두 굳히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불어난 사업비 지출은 향후 고객들의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배어나오고 있다.
24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종합 손해보험사들이 GA 판매 채널을 통해 유치한 신계약은 총 366만600건으로 집계됐다. GA는 한 보험사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보험사와의 제휴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파는 대리점이다.
보험사별로 보면 GA 판매 손해보험 신계약 가운데 메리츠화재가 차지한 비중이 20.9%(76만3787건)으로 단연 높았다. 이는 전년(17.3%) 대비 3.6%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손보업계에서 유일하게 20%를 넘어서며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이어 ▲DB손해보험 14.0%(51만2087건) ▲KB손해보험 13.5%(49만3811건) ▲현대해상 12.0%(44만523건) ▲한화손해보험 10.4%(37만9878건) ▲삼성화재 10.2%(37만2503건) 등 손보사들이 10%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가 GA 판매 시장에서 이 같은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적극적인 확장 전략이 있었다. 메리츠화재는 GA를 주력 영업 창구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GA에게 보험업계 최고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다. 또 지난해 하반기에는 메리츠화재 상품만 파는 GA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 결과 메리츠화재의 영업에서 GA가 차지하는 비중은 경쟁 손보사들보다 상당히 큰 편이다. 지난해 메리츠화재가 모든 판매 채널에서 새롭게 유치한 모든 신계약 중 GA를 통해 맺어진 계약의 비율은 59.9%에 달했다. 57.5%였던 전년보다도 2.4%포인트 오른 수치다.
국내 빅5 손보사 가운데 이처럼 GA에 대한 신계약 의존도가 절반을 넘는 곳은 메리츠화재뿐이다. 그나마 KB손보가 지난해 전체 신계약 가운데 GA 비중이 43.2%로 높은 편이었고, 이어 현대해상(34.2%)·DB손보(30.4%)·삼성화재(20.0%) 순이었다.
이런 GA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메리츠화재의 성적은 수직 상승했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136억원으로 전년(3143억원) 대비 63.4%(1993억원) 급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3846억원으로 같은 기간(2372억원) 대비 62.1%(1474억원) 늘었다. 영업수익도 7조1520억원에서 7조9335억원으로 10.9%(7815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메리츠화재가 GA 영업 확산에 힘을 쏟는 와중 사업비 지출도 함께 불고 있다는 점이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순사업비율은 23.1%로 KB손보(20.9%)와 현대해상(20.3%), 삼성화재(20.1%), DB손보(19.2%) 등 5대 손보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년(21.1%)과 비교하면 2.0%포인트 상승했다. 순사업비율은 보험사의 보유보험료 대비 사업비 지출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다.
즉, 순사업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보험사가 가입자들을 위한 보장보다 상품 판매와 유지에 쓰는 돈이 많다는 의미다. 그만큼 고객들에게 많은 부담이 전가되고 있는 셈으로, 향후 보험료 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요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GA에 집중한 메리츠화재의 영업 전략은 회사 실적 측면에서 보면 분명 성공적"이라면서도 "다만 사업비 지출이 계속 늘면 향후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장기적 성장성 확보를 위해서는 비용 측면에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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