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허위 임차인 모집한 뒤 비대면으로 1억씩 대출
재판부 "이 제도 필요한 시민들 피해…국가 재정에도 손실"
청년 전세자금 대출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수도권에서 총 21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무더기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대부중개업자와 모집책 등으로 구성된 대출 브로커 11명은 2022년 허위 임차인을 모집해 가짜 임대차 계약서를 만든 뒤 시중 은행에서 청년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5∼15%씩 나눠 갖기로 공모했다.
청년 대출 상품이 기본적인 서류만 갖추면 비대면으로 비교적 쉽게 대출받을 수 있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직접 허위 임차인이 되거나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임차인으로 내세울 20대 15명을 모집한 뒤 행동 요령을 설명하고 대출금을 나눠주기로 했다.
이들은 그해 11월 모집한 A(22)씨와 함께 인천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찾아가 보증금 1억5000만원짜리 빌라 전세 계약서를 작성했다.
먼저 계약금 1000만원을 내고 잔금 1억4000만원은 청년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치르기로 했으며 대출받지 못하면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이들이 범행에 이용한 대출은 부부합산 연 소득이 5000만원 이하인 만 19∼34세 청년에게 연 1.5% 금리로 최대 1억원을 대출해 주는 상품이었다.
A씨는 이 계약서를 이용해 1억원을 대출받았으나 공인중개사에게는 대출이 승인되지 않았다고 속여 계약을 해지했다.
이들 일당은 2022년 4∼12월 인천과 남양주, 고양, 시흥, 김포 등에서 같은 수법으로 21차례에 걸쳐 총 21억원을 시중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아 나눠 가졌다.
그러나 얼마 못 가 수사망에 걸렸고 각자 주소지 관할 법원에서 재판받았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단독 최치봉 판사는 지난 달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20대 허위 임차인 3명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다만 A씨에게는 편취 금액 일부를 변제하는 등 피해 보상에 노력한 점을 고려해 형 집행을 2년간 유예하면서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다른 법원에서 같은 혐의로 재판받은 허위 임차인 12명도 비슷한 형량을 선고받았다.
앞서 대출 브로커 일당 11명 중 7명은 지난해 10월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징역 6월∼징역 4년 6월을, 가담 정도가 적은 1명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청년 전세자금 대출 제도의 허점을 노려 계획적으로 대출금을 편취했다"며 "피해 은행과 이 제도를 이용하려는 다수의 선량한 시민에게 피해를 줬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