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 금감원장…문심(文心)에 또 외부인사?
김기식 전 원장, '역대 최단' 보름 만에 불명예 낙마…후임 하마평 무성
"과감한 외부발탁으로 충격" 문 대통령 기조에 또 다시 외부인사 가능성 ↑
외유성 출장 논란 등으로 곤혹을 치르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보름여 만에 사임하면서 금감원은 한 달 새 두 명의 수장을 잃는 초유의 사태에 놓이게 됐다. 벌써부터 차기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청와대가 앞서 금융개혁에 따른 외부인사 영입 의지를 밝힘에 따라 또다시 금융관료를 배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8일 청와대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하루 전 사의를 표명한 김기식 금감원장의 사표가 이날 최종 수리됐다. 최흥식 전 원장이 채용비리 연루 혐의로 사임한 지 불과 한 달, 이후 김기식 신임 원장이 금융당국 수장직에 오른지 불과 2주일 만에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하며 금감원장직은 또다시 공석으로 남게 됐다.
김 원장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안이 문제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고 일부 비판 중에는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법률적 다툼과는 별개로 이를 정치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누를 끼친 대통령님께 죄송한 마음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그동안 자신을 둘러싸고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해 많을 때는 하루 두 차례 이상 반박자료를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왔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과거 국회의원 당시 ‘후원금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종전의 범위를 벗어나는 특별회비를 낸 경우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어졌다. 결국 공석이 된 금감원장직은 또다시 유광열 수석부원장 대행체제로 넘어가게 됐다.
한편 공석이 된 금감원장 자리를 놓고 벌써부터 하마평이 무성하다. 현재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부터 전성인 홍익대 교수, 학자 출신인 이동걸 현 KDB산업은행장, 심인숙 중앙대 교수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과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등 관료 출신들도 함께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금융개혁을 원하는 현 정부 기조 상 관료 출신보다는 또다시 외부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서면 입장문을 통해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을 임명하는 것이 무난한 선택이 될 것”이라면서도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에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며 인선 과정에서의 현 정부 기조를 내비친 바 있다.
다만 앞서 두 차례 외부인사 선임에 따른 충격을 맛본 현 금감원의 입장에서 또다시 외부 선임에 따른 위험성을 감수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당장 수장공백에 따른 사태 수습이 급선무이긴 하나 수장 선임 과정에서 연달아 도덕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 불명예 낙마한 상황에서 또다시 외부 인선으로 고강도의 금융개혁에 도전하기엔 금융당국의 신뢰도 차원에서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인선만큼은 안정성을 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현 상황에서 후보자들이 당국 수장으로서 적합할지 부분에 대해서도 그 어느 때보다 심도깊은 검증이 요구되고 있는 데다 남북정상회담, 지방선거 등 굵직한 현안들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원장 선임까지는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어떠한 이유로든 또다시 수장 공백이 장기화되는 만큼 금융당국이 추진해야 할 각종 현안들과 금융개혁에는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앞서 최 전 원장이나 김 전 원장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과거의 발언이나 행위로 인해 결국 발목이 잡혔다"며 "새로 올 신임 원장 역시 인선 이후에도 당사자에 대한 사후 검증이 강도높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자칫 독이 된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금감원장 인선 요청을 받는 후보자들 입장에서도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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