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등 찍은' 정봉주, 복권 석달 만에 자진퇴장
성추행 정황 드러나자 "자연인 돌아가겠다" 은퇴선언
문재인정부 '1호사면' 후폭풍…'눈물호소'도 역풍작용
정봉주 전 의원이 28일 정치권에서 스스로 퇴장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원포인트 사면'으로 복권된 지 석달만이다. 정 전 의원은 그동안 성추행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왔지만, 당일 행적 등이 새롭게 드러나자 "자연인으로 돌아겠다"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모든 활동 접는다" 거짓해명에 정치생명 끝
정 전 의원은 이날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프레시안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를 취소한 데 이어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자가 특정한 사건 당일 해당 장소에 자신이 간 사실을 인정했다. 사실상 정 전 의원의 정치생명은 끝난 것이란 분석이다.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에 거짓 해명으로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접은 것은 물론 향후 방송출연 등의 공적 활동을 하는 것조차도 어렵게 됐다. 그는 "모든 공적 활동을 접고, 자숙하고 자숙하겠다"고 했다.
'여전히 꼼수' 정계은퇴해도 사과는 없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는 물론 페이스북 입장문에서도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해당 날짜에 렉싱턴호텔을 간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연히 성추행 여부도 '기억나지 않아야' 논리적 모순이 생기지 않는다.
법리적 방어를 위해선 공식 사과를 해서도 안 되고, '사실'과 '기억'의 모호한 경계에서 버텨야 유리하다. 정 전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꼼꼼한 사람' 무고에 올인했다가 빈털터리
정치공학적 측면에선 이제 성추행 여부는 중요치 않아졌다. 무고함을 주장하며 정치적 올인을 한 결과는 이미 빈털터리 정계은퇴로 이어졌다. "온갖 음해와 모함"이라며 눈물로 무고함을 호소했고, 의혹을 제기한 여성 A씨를 "정치적 의도를 담고 나를 저격하는 것"이라고 몰아세웠던 정 전 의원이다.
정 전 의원을 믿고 따르던 열혈 지지자들도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정 전 의원이 BBK사건으로 법정 구속을 앞둔 긴박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지하는 여대생을 따로 만날 정도로 '꼼꼼한 사람'이었다는 점을 확인한 것만으로 충분했다.
민주당 파장 예의주시…복당거부가 '신의 한수'
더불어민주당은 일련의 정봉주 파문이 미칠 파장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민주당에게 정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했다가 옥살이를 했던 '대선 유공자'나 다름없다. 최근 복당신청이 거부됐지만 정 전 의원은 "난 영원한 민주당 사람"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단행한 특별사면에서 '정치인과 경제인은 사면대상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족쇄를 풀어줄 만큼 각별히 챙겼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정봉주 본인의 행실을 떠나서 처음부터 일을 너무 키웠다. 결정적으로 거짓 해명이 컸다"며 "당에 피해가 가지 않을지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지도부가 정봉주의 복당 신청을 막았던 게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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