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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발등 찍은' 정봉주, 복권 석달 만에 자진퇴장


입력 2018.03.28 15:25 수정 2018.03.28 16:10        이충재 기자

성추행 정황 드러나자 "자연인 돌아가겠다" 은퇴선언

문재인정부 '1호사면' 후폭풍…'눈물호소'도 역풍작용

정봉주 전 의원이 3월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성추행 의혹에 대해 반박 기자회견을 하며 물을 마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봉주 전 의원이 28일 정치권에서 스스로 퇴장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원포인트 사면'으로 복권된 지 석달만이다. 정 전 의원은 그동안 성추행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왔지만, 당일 행적 등이 새롭게 드러나자 "자연인으로 돌아겠다"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모든 활동 접는다" 거짓해명에 정치생명 끝

정 전 의원은 이날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프레시안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를 취소한 데 이어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자가 특정한 사건 당일 해당 장소에 자신이 간 사실을 인정했다. 사실상 정 전 의원의 정치생명은 끝난 것이란 분석이다.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에 거짓 해명으로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접은 것은 물론 향후 방송출연 등의 공적 활동을 하는 것조차도 어렵게 됐다. 그는 "모든 공적 활동을 접고, 자숙하고 자숙하겠다"고 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3월 18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에서 가진 서울시장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여전히 꼼수' 정계은퇴해도 사과는 없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는 물론 페이스북 입장문에서도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해당 날짜에 렉싱턴호텔을 간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연히 성추행 여부도 '기억나지 않아야' 논리적 모순이 생기지 않는다.

법리적 방어를 위해선 공식 사과를 해서도 안 되고, '사실'과 '기억'의 모호한 경계에서 버텨야 유리하다. 정 전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이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꼼꼼한 사람' 무고에 올인했다가 빈털터리

정치공학적 측면에선 이제 성추행 여부는 중요치 않아졌다. 무고함을 주장하며 정치적 올인을 한 결과는 이미 빈털터리 정계은퇴로 이어졌다. "온갖 음해와 모함"이라며 눈물로 무고함을 호소했고, 의혹을 제기한 여성 A씨를 "정치적 의도를 담고 나를 저격하는 것"이라고 몰아세웠던 정 전 의원이다.

정 전 의원을 믿고 따르던 열혈 지지자들도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정 전 의원이 BBK사건으로 법정 구속을 앞둔 긴박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지하는 여대생을 따로 만날 정도로 '꼼꼼한 사람'이었다는 점을 확인한 것만으로 충분했다.

정봉주 전 의원이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관련 의혹 제기로 기소됐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민주당 파장 예의주시…복당거부가 '신의 한수'

더불어민주당은 일련의 정봉주 파문이 미칠 파장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민주당에게 정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했다가 옥살이를 했던 '대선 유공자'나 다름없다. 최근 복당신청이 거부됐지만 정 전 의원은 "난 영원한 민주당 사람"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단행한 특별사면에서 '정치인과 경제인은 사면대상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족쇄를 풀어줄 만큼 각별히 챙겼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정봉주 본인의 행실을 떠나서 처음부터 일을 너무 키웠다. 결정적으로 거짓 해명이 컸다"며 "당에 피해가 가지 않을지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지도부가 정봉주의 복당 신청을 막았던 게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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