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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봉태규 "'리턴', 10년 기다린 순간…울컥했죠"


입력 2018.03.26 09:13 수정 2018.03.26 09:30        부수정 기자

악역 캐릭터 소름 돋게 소화해 호평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예능 출연

배우 봉태규는 "'리턴'은 공백기를 깨준 고마운 작품"이라고 말했다.ⓒiMe KOREA

악역 캐릭터 소름 돋게 소화해 호평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예능 출연


"배우 활동하면서 울컥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악역의 끝판왕을 보여준 배우 봉태규(36)는 SBS 수목극 '리턴'을 끝난 후 집에서 혼자 울었다. 긴 호흡의 드라마는 처음이라서 그런 건지, 역할이 죽어서 그런 건지, 눈물의 이유는 배우도 알지 못했다.

22일 종영한 '리턴'은 방송 초반부터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은 작품이다. '악벤져스' 오태석(신성록)·김학범(봉태규)·강인호(박기웅)·서준희(윤종훈)의 활약이 대단했다. 특히 온갖 만행을 저지르면서도 반성 하나 없는 김학범은 악역의 새로운 영역을 넓혔다.

선한 얼굴의 봉태규가 이런 역할을, 이렇게 잘 소화하리라곤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23일 서울 합정동에서 만난 봉태규는 "긴 호흡의 드라마를 끝낸 건 11년 만이라 마음이 헛헛했다"며 "촬영 끝나고 집에서 울기도 했다"고 미소 지었다. "제 대표작이 '광식이 동생 광태'였는데 13년 만에 대표작이 바뀐 거잖아요. 공백기 동안 악역을 꼭 하고 싶었고 기다렸습니다. 10년 동안 기다린 순간이에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쁩니다."

학범을 '10년 동안 준비한 캐릭터'라고 소개한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밑도 끝도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해 거절했다"며 "그간 드라마에 자주 나온 재벌 악역과는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봉태규는 학범의 폭력성을 일상적인 폭력이라고 정의했다. "학범이는 상대방을 동등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존댓말을 쓰지 않는 이유이죠. 물리적인 폭력도 나쁘지만, 누군가를 하대하는 게 가장 큰 폭력이라고 생각했어요. 학범이의 폭력성과 '똘끼'는 감독님과 의논하면서 표현했습니다. 의상도 한 벌, 한 벌 고민하며 준비했어요."

악벤져스에 대해선 "많이 친해졌고 의지가 됐다"며 "이들이 선보이는 폭력이 불편한 건 배우, 제작진 모두 인정한 부분이다. 어떻게 하면 덜 불편하게 보일까 수위 조절에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SBS '리턴'을 마친 배우 봉태규는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iMe KOREA

'리턴'은 배우 고현정이 연출진과의 갈등으로 중도 하차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봉태규는 "이 부분에 대해선 이야기하기 조심스럽다"며 "크게 동요하지 않고 촬영했고, 드라마가 잘 마무리되길 바랐을 뿐이다"고 말을 아꼈다.

마지막회에서 최자혜(박진희)는 "못 배우고 없는 자에게는 장벽이 높고, 법을 알고 돈이 있는 자에게만 관대한 법. 당신은 지금 법 제도에 온전한 보호를 받고 계십니까?"라고 외친다. 드라마의 메시지다.

이 메시지 대해서 배우는 꽤 의미 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누구든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들어가려고 해요. 그게 법이죠. 근데 그 법이 어떤 상황에서든, 누구에게든 항상 맞느냐는 거죠. 어렸을 때부터 법을 지켜야 한다고 배웠지만, 누구도 법에 대해 의심을 해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았죠. 절대적이라고만 하고요. 근데 법이란 게 모든 사람에게 항상 공정할까요? 5000만명에게 똑같은 잣대로 법을 들이댈 수 있을까요? 단 한 명이 만족하지 않다고 한다면 넘어가도 될 일일까요?"

최자혜가 저지른 복수에 대해선 "도덕적으로는 잘못된 방법이지만 개인이 큰일을 겪고, 기준에서 벗어나는 일을 저질렀을 때 무차별적으로 비난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최자혜의 대사 '그게 네 딸이라고 생각해봐, 그렇게 성인군자 같은 말이 나올까'라는 대사가 답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2000년 영화 '눈물'로 데뷔한 봉태규는 '품행제로'(2002), '바람난 가족'(2003), '논스톱4'(2003), '광식이 동생 광태'(2005), '가족의 탄생'(2006), '두 얼굴의 여친'(2007), '미나문방구'(2013), '살림하는 남자들'(2016) 등에 출연했다.

2015년 사진작가 하시시박과 결혼한 그는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다. 드라마를 마친 봉태규는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할 예정이다.

그는 "아이가 허락했다"고 웃은 뒤 "아내가 노출되는 것에 대핸 걱정하긴 했다. 하지만 아이와 지내는 모습을 담는 게 나중에 큰 추억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예능을 통해 살뜰한 남편의 보여준 그는 아내에 대해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육아와 살림에서 제 몫을 하려고 해요. '리턴' 끝나고 왔는데 아이가 쑥쑥 컸더라고요. 제가 알아듣지 못하는 얘기와 행동을 하더군요. 아내에게 미안했어요. 그만큼 아이를 보지 않은 것이니까요. 아내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육아 예능에 출연하게 됐어요. 장인 장모님, 그리고 어머니도 좋아하시고요."

SBS '리턴'을 마친 배우 봉태규는 "좋은 남편이 되는 게 인생 목표"라고 강조했다.ⓒiMe KOREA

아내는 학범일 두고 '쓰레기'라고 했단다. 그는 "앞으로 또 다른 악역이 들어와도 잘할 자신 있다"며 "무엇보다 로맨틱 코미디에 욕심난다. 20대 때와는 다른 30대의 재밌는 로코를 선보일 자신이 있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한 이미지에 굳혀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어요. 좋은 작품을 만나 에너지를 쏟아내고 싶답니다. 공백기 때 연기를 안 해서 갈증 나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랄까요?"

11년 만에 인터뷰에 나선 그는 그간의 공백기에 대해 자주 얘기했다. 그에게 가장 큰 상처였던 건 아버지의 사고사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몇몇 사람들이 그와 그의 가족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 상황에서도 화를 내지 못했다. 연예인이라는 이유에서다. 봉태규의 어머니는 봉태규에게 외출을 자제하라고 했다. 혹여나 웃는 모습을 보이면 또 욕을 먹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공백기 때 내가 조금씩 잊히는 것 같아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며 "힘들고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욕을 덜 먹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10년의 공백기를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 궁금했다. 1년은 타블로, 2년은 '무한도전', 이후 2년은 글쓰기, 또 2년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 덕에 긴 터널을 나올 수 있었단다. 결혼 후 꾸린 가정도 그릴 버티게 해줬다. "타블로 형이 앞집에 살았는데 당시 형도 힘든 일을 겪어서 서로 의지했죠. 형이 힘든 일을 극복하고 잘 되는 걸 보고 나도 할 수 있겠구나 싶었고요. '무한도전'은 재방송으로 많이 봤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시청자 게시판에 감사하다고 쓰고 싶었다니까요. 하하."

작년 에세이집 '개별적 자아'를 낸 그는 뛰어난 글솜씨를 자랑한다. 새로운 분야에서 자신도 몰랐던 능력을 발견했다. 작가님이라는 호칭도 낯설지만 특별했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선 '존중받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바닥까지 떨어진 그를 구해줬단다.

가족은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다. 작품 활동이 뜸할 때 결혼한 그는 "생활비 때문에 고민했다"고 고백했다. "가정을 책임지지 못하면 어쩌지라고 걱정했어요. 아내도 일을 하지만 제 몫이 있잖아요. 이겨내야만 했어요. 가족은 나를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됩니다."

'리턴'은 공백기를 벗어나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다. 그는 "드라마를 한 게 정말 다행"이라며 "안 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웃었다. "아이는 많이 기다려야 하는 존재예요. 애들의 반응을 바로 흡수해야 하는 게 어렵고, 힘든 일이죠. 그러다 학범이를 만났는데 스트레스를 에너지로 분출했죠. 하하."

좋은 '예인'이 되고 싶다는 그에게 최종 목표를 물었다. 따뜻한 마음씨가 깃든 말이 나왔다. "인생 목표는 좋은 남편이 되는 겁니다. 좋은 남편이 돼야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리턴'은 아내에게 '나 잘했지?'라고 뽐낼 수 있는 작품이에요. 아내에게 칭찬받는 게 정말 좋아요(웃음)."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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