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금융권 여풍]직원들에겐 여전히 공고한 유리천장


입력 2018.03.01 07:00 수정 2018.03.01 06:09        부광우 기자

금융사 '컨트롤타워' 지주는 아직도 '금녀의 땅'

男 전유물 된 증권맨…아래로부터의 변화 '먼 길'

자산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과 10대 증권사, 10대 보험사 등 24개 금융사에 근무하고 있는 여성 직원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총 5만5746명으로 전체 직원(11만8026명) 가운데 47.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금융권 임원진들 사이에서는 서서히 여풍이 불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선 직원들에게 이는 다른 세계의 얘기일 뿐이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금융지주사는 지금도 여성의 진출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고 있다. 자본시장의 주축으로 불리는 증권맨들은 그 이름처럼 지금도 대부분 남성들의 몫이고, 보험사 여직원들에게 여전히 높기만 한 정규직의 문턱 등 아직 아래로부터의 여성 영역 확대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산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과 10대 증권사, 10대 보험사 등 24개 금융사에 근무하고 있는 여성 직원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총 5만5746명으로 전체 직원(11만8026명) 가운데 47.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사에 근무하는 여성 근로자는 100명 중 47명 정도로 남성에 비해 다소 적은 셈이다.

업권별로 보면 가장 고용 규모가 큰 은행권의 경우 오히려 여성이 약간 많은 편이었다. 조사 대상 시중은행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은 3만918명으로 전체(6만1172명)의 50.5%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금융지주사들로 눈을 돌려보면 남성 직원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의사결정의 상층부로 갈수록 여성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에 소속된 여성 직원은 56명으로 전체 직원 382명 가운데 14.7%에 불과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은 예전부터 현장 점포를 중심으로 여성 직원이 많은 편이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그 비중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본점과 금융지주 등 경영권의 중심부로 갈수록 남성을 선호하는 전통적 경향이 지금도 강하게 남아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여성들의 고용에 가장 소극적인 금융권은 증권업계인 것으로 조사됐다. 10대 증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성 직원은 9185명으로 전체(2만3392명)의 39.3%에 그쳤다. 즉, 증권사 직원 가운데 여성은 10명 중 4명도 안 된다는 뜻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증권사들의 경우 비정규직의 여성 직원 비중이 더욱 떨어진다는 점이다. 증권사들이 고용하고 있는 전체 기간제 근로자(4130명)에서 여성은 23.2%(959명)으로 전체 직원에서 차지하는 비율보다 16.1%포인트나 낮다.

이는 다른 업종과 구별되는 증권가의 특성에 기인한다는 해석이다. 증권사들이 흔히 증권가의 꽃이라 불리는 애널리스트 등 전문직 상당수를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대부분 고액 연봉을 받는 계약직들로, 여기에 여성들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증권업계 전문 영역에 유리천장이 높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전문 계약직들의 업무는 다른 영역에 비해 개인의 능력이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진다"며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다고는 하지만 애널리스트 등과 같은 증권사 영업의 핵심 분야에서 여성은 아직 절대적 소수"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도 여성보다 남성 구성원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10대 보험사에서 근무 중인 여성 직원은 1만5643명으로 전체 직원 3만3462명 가운데 46.7% 수준이었다.

특히 보험사들에서는 비정규직의 여성 비중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그만큼 정규직에 비해 고용이 불안한 근로자 중에 여성이 많다는 의미다. 조사 대상 보험사들에서 근무하고 있는 기간제 근로자 1984명 가운데 여성은 1328명으로 66.9%에 달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다른 금융권에 비해 다수의 상담사를 고용해야 하고 전통적으로 현장 영업 조직의 중심이 여성으로 구성되는 등의 요인들로 인해 직원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여성들로 채워져 왔다"면서도 "전반적인 경영을 관리하는 본사로 갈수록 남성들의 몫이 많아지는 현상은 보험업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