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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직접 꺼낸 문 대통령, '중재외교' 효과볼까


입력 2018.02.26 18:44 수정 2018.02.26 21:17        이슬기 기자

"북, 비핵화 위한 북미 대화에 나서야 할 시점"

북미 '대화 의향' 거론...비핵화 의제 신경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남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에게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물론, 구체적인 ‘2단계 해법’까지 직접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대화의 실질적인 조건을 조성해 ‘평창 이후’ 한반도 외교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강원도 평창 모처에서 김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을 약 1시간 동안 비공개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이를 위한 ‘선 동결, 후 폐기’라는 로드맵을 직접 설명했다고 청와대 및 대북 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미대화를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은 시점인 만큼,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핵 폐기론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경제 제재 약화 등을 비롯해 이에 상응하는 단계별 조치를 협의해 나가겠다는 내용이다.

북한 대표단은 이에 대해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김 부위원장은 북한으로 돌아가 이러한 내용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 대표단도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며 북한도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26일에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우리는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여러 차례 이미 밝혔다"면서 "미국과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또다시 밝혔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의제가 곧 결과’ 비핵화 테이블에 올릴지 미지수

일단 표면적으로는 북미 대화를 위한 기본적 여건이 마련된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창 개회식 당시 북미 간 고위급 접촉을 승인했었고, 김 부위원장도 문 대통령과의 이번 비공개 회동을 통해 북미 대화에 응할 의사가 있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문제는 비핵화라는 의제를 대화 테이블에 올릴 수 있을지 여부다. 대화 여부와는 별개로 회담 의제에 따라 결과가 좌우된다. 실제 북미 양 측은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전제 조건’을 내세우며 상대에 공을 넘기는 등 대치 국면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메시지를 보내고는 있지만, 최소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먼저 표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각) "우리는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북한의 오늘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길을 따르는 첫걸음을 의미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북한은 비핵화 논의 여부에 대해선 명시적인 입장을 표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탐색적 대화라 하더라도 평창올림픽 이후 대화 모멘텀을 살려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대화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경우, 남남갈등만 남은 채 상황은 이전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특히 북미 간 최소한의 대화분위기가 조성돼야 남북대화의 성과를 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김 부위원장이 문 대통령과의 접견에서 문재인 정부가 주변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해온 것을 평가한다고 말했다”면서 “미국과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전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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