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포 떼고 장사할 판"… 최악 영업환경에 보험설계사 격앙
4월부터 실손보험 끼워팔기 금지, 보험료까지 올라
판매 영역 축소 불가피…고객 접점 메리트 사라져
실손의료보험 끼워 팔기 금지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현장 영업 조직의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실손보험은 지금까지 주로 다른 상품의 특별약관으로 부가되는 형태로 판매돼 오면서 설계사들이 고객을 유치하는 주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보험료 인하 압박이 본격화하면서 손실을 우려한 보험사들까지 판매를 꺼릴 것으로 보여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찾기 위한 설계사들의 고민은 더욱 커질 전망인 가운데 장기적으로 실손보험의 영역이 좁아지면서 영업인들과 고객에게 모두 불이익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실손보험 끼워 팔기가 전면 금지되고 단독형 판매가 의무화 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향후 실손보험 시장에는 일대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가입자 3300만명을 끌며 국민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은 대표적인 끼워 팔기 상품으로 꼽힌다. 질병과 상해, 간병 등이 주계약인 통합 건강보험에 실손 특약이 추가된 형태가 전형적이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실손보험을 단독으로 판매하지 않으려 하는 이유는 팔수록 적자가 쌓이는 상품인 탓이다. 실제 국내 보험사들의 최근 3년 간 실손보험 평균 손해율은 ▲2014년 112.4% ▲2015년 114.6% ▲2016년 123.1%로 줄곧 100%를 넘겨 왔다. 손해율이 100%가 넘는 다는 것은 계약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이 받은 보험료보다 많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카드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수요가 큰 상품이기 때문이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과 함께 실손보험은 보험사가 신규 가입 유치에 적극 나서지 않아도 고객들이 먼저 찾는 상품이다. 그 대신 보험사는 통합형 상품에 실손을 특약으로 넣어 팔아 적자를 희석하는 구조다.
그런데 이제 두 달여 뒤부터는 이 같이 실손 특약을 다른 보험에 부가해 파는 행위가 불가능해 지고 단독형 상품으로만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고객들이 많이 찾는 실손보험을 특약으로 앞세워 영업을 벌이던 현장 설계사들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욱이 정부가 실손보험료 인하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영업 현장에는 악재다. 지금도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료를 더 내려야하게 될 경우 설계사들에 대한 수당 지급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현장 영업자들에게 실손보험은 영업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크게 떨어질 공산이 크다.
정부는 올해부터 기존 의료 비급여 항목들을 단계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 항목으로 바꾸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본격 가동한다. 이럴 경우 지금까지 비급여 항목 의료비를 보장해 온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는 대폭 줄어든다. 이에 정부는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반사이익을 챙긴다고 보고 보험료를 내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실손보험료 인상안은 잠정 보류된 상황이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 실손보험 참조 순보험료율을 10% 안팎 인상해야 한다는 보험개발원의 방안에 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를 돌려보면서 올해 실손보험료 동결 내지 인하는 더욱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한 보험설계사는 "실손보험은 소비자가 먼저 가입을 문의하는 사실상 유일한 보험 상품"이라며 "팔아도 수당은 얼마 되지 않지만 이를 통해 다른 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었는데 특약형 판매가 금지되면 설계사들 입장에서는 판매 메리트가 사라지고 고객과의 주요 접점을 잃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험설계사는 "단독형 판매만 허용되고 보험료까지 올라간 실손보험을 스스로 판매하고자 하는 설계사는 없을 것"이라며 "영업 현장에서 실손보험 판매를 꺼리게 되면 결국 이를 찾는 고객들도 가입이 어려워지면서 설계사와 소비자 모두 손해를 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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