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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낙마, 주한 미국대사 광복 後 최장공백…트럼프의 속내는?


입력 2018.02.01 15:18 수정 2018.02.01 16:24        이배운 기자

비핵화 진전없자 강경파 입지 강해

美, 北 선제타격 가능성 속속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30일(현지시각) 미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블룸버그 뉴스 화면 캡처

비핵화 진전없자 강경파 입지 강해
美, 北 선제타격 가능성 속속 언급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낙마하면서 마크 리퍼트 이후 미국대사 자리가 12개월가량 공백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공석 기간은 광복 이후 최장이다.

주한미대사관 홈페이지 등에 따르면 광복 이후 1949년 4월 초대 주한 미국대사로 존 조셉 무초 대사가 부임한 것을 시작으로 총 22명의 주한 미 대사가 한국을 거쳤다.

전임 대사와 후임 대사 사이의 공백기는 보통 2개월 미만이거나 조금 긴 경우 5∼6개월, 가장 길게는 약 10개월이었다. 제임스 레이니 대사가 1997년 2월 이임한 뒤 스티븐 보즈워스 대사가 부임한 그해 12월까지 10개월여 공백이 그동안 가장 길었다.

더욱이 빅터 차 석좌가 낙마하면서 새 대사 후보 내정, 아그레망, 상원 인준절차 등을 감안하면 대사 공석 기간은 얼마나 더 길어질지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고 대북 강경파에 속했던 차 석좌보다 더한 매파(강경파)를 불러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에 차 석좌 대사 내정 소식을 알렸고, 아그레망(임명 동의) 절차까지 거쳤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명을 철회한 것은 이례적인 경우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차 석좌가 트럼프 행정부의 ‘코피 전략(bloody nose)’에 반대했기 때문에 낙마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코피 전략'은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시설을 선제타격하면서 겁먹게 한다는 전략을 의미한다.

실제로 차 석좌는 지난달 31일 워싱턴포스트에 ‘북한의 코피를 터트리는 것은 미국인에게 엄청난 위험’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는 기고문을 통해 “대북 공격은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단지 지연시킬 뿐, 위협을 막지는 못한다”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대북경고 일지 ⓒ데일리안

그러나 차 석좌 배제, 트럼프 대통령 국정연설, 미 고위 인사들의 잇따른 강경발언은 미국이 대북 선제타격을 고려하고 있다는 암시를 속속 내놓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비핵화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강경파들의 입지가 강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국정연설에서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 추구가 우리 본토를 곧 위협할 것”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타격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는 북한이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대거 배치하고 미 본토에 타격할 능력을 갖추는 ‘레드라인’을 넘으면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 열린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도 대북 선제 타격이 거듭 언급됐다. 데니스 블레어 전 미국 국가정보국 국장은 같은날 한반도 상황과 관련한 미국의 전략을 주제로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제한적인 보복타격으로 응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레어 전 국장은 미국이 1994년 북한 영변의 핵시설 타격을 검토했듯이 군사적 대응은 북한을 물러서게 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이러한 형태의 군사 행동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보복이라는 사실을 북한도 인지할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전쟁으로 번질 위험은 낮다”고 덧붙였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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