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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김상경 "'1급기밀', 보수·진보 손잡고 보는 영화"


입력 2018.01.23 09:08 수정 2018.01.23 09:08        부수정 기자

한국영화 최초로 방산비리 다뤄 흥미

"공익제보자들이 대우받는 사회 돼야"

영화 '1급기밀'에 나온 김상경은 "보수와 진보가 손잡고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했다.ⓒ리틀빅픽처스

한국영화 최초로 방산비리 다뤄 흥미
"공익제보자들이 대우받는 사회 돼야"


"'1급기밀'은 보수와 진보, 정치적 이념 상관없이 볼 수 있는 상업영화입니다. 방산비리는 모든 정권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외쳤던 사안이니까요."

넉살 좋은 배우 김상경(45)은 자신이 주연한 영화 '1급기밀'(감독 홍기선)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1급기밀'은 방위산업 비리를 정면으로 다룬다. 1997년 외국 무기부품 구매과정 예산 낭비 의혹을 언론에 공익제보한 박대기 국방부 구매담당관, 2002년 조주형 공군 대령의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 2009년 김영수 해군 소령의 군납비리 폭로 등 군 내부고발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지난해 12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홍기선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홍 감독은 2009년 '이태원 살인사건' 개봉 직후 시나리오를 작업했고, 2010년 기획, 제작에 나섰다. 총 8년간 준비한 끝에 비로소 세상에 나온 셈이다.

김상경은 극 중 군 기밀을 폭로하기로 결심한 국방부 항공부품구매과장 박대익 중령으로 분했다.

18일 서울 소격동에서 만난 김상경은 "방산비리를 처음으로 다룬 영화라는 점이 의미가 있다"며 "보수와 진보와 손을 잡고 볼 수 있는 유일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방산비리를 소재로 한 영화는 공익제보자들의 용기를 뛰어넘는 희생을 건드린다.

김상경은 "공익제보자들이 조직 내 비리를 공개해도 피해를 받지 않는 환경이 조성돼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며 "어른들의 책임도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했다.

영화 '1급기밀'에 나온 김상경은 "방산비리와 공익제보자의 희생을 다룬 점이 마음에 들어 출연했다"고 말했다.ⓒ리틀빅픽처스

그가 이 작품을 택한 이유도 영화의 메시지였다. 상명하복 조직인 군대에서 비리를 맞닥뜨렸을 때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힘든 길을 선택한 대익의 행보가 감동적이었다. 거기다 방산비리까지 다뤘으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영화는 민감한 소재 탓에 제작이 쉽지 않았다. 모태펀드에서 투자를 거부당하고, 지역영상위원회와 개인투자자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완성됐다. 이명박, 박근혜 보수 정권 동안 제작된 이 영화는 홍 감독의 뜻을 이어 이은 감독이 후반 작업을 마친 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개봉할 수 있었다.

"투자도 힘들고, 영화 개봉이 자꾸 미뤄지는 걸 보니 의아했어요. 방산비리는 예전부터 논란이 된 사안이라 정권 상관없이 선보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자꾸 안 된다는 얘기가 돌더라고요. '1급기밀'은 군대를 비판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용기 있는 군인들을 조명한 작품이라 제작이 잘 될 줄 알았습니다. 영화를 너무 정치적인 선입견으로 보지 말았으면 해요. 메시지와 재미를 두루 갖춘 상업영화입니다."

어렵게 출발하고, 제작한 이 영화에서 김상경은 개봉 후 출연료를 받겠다고 했다.

고 홍기선 감독을 언급한 그는 "영화는 촬영보다 편집이 더 중요하다"며 "최종 편집본이 영화의 운명을 가르는데, 홍 감독님이 많이 떠올랐다. 마지막까지 함께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고 했다. "감독님께서 200만명을 보장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쌀집 아저씨 같이 푸근한 분이셨죠. 촬영하면서는 사회 이슈에 대해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냥 일상적인 얘기만 했을 뿐이죠."

홍 감독을 '착한 사람'으로 정의한 그는 "감독님께서 막걸리를 좋아하셔서 같이 막걸리를 마신 게 기억이 남는다. 감독님은 내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주셨다. 돌아가셨을 때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영화 '1급기밀'에 나온 김상경은 "공익제보자들이 조직 내 비리를 공개해도 피해를 받지 않는 환경이 조성돼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고 밝혔다.ⓒ리틀빅픽처스

'1급기밀'은 개봉 시기와 소재 탓에 정치적인 영화로 보일 수 있다. 이에 대한 김상경의 소신은 확고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주권을 행사하는 걸 좋아해요. 근데 연예인이라는 직업 탓에 정치색은 드러내지 않으려 합니다. 한쪽으로 너무 몰아가는 게 있어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하죠. 제가 지키는 소신은 딱 두 가지입니다. '투표는 꼭 하자',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자."

그러면서 배우는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며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은 정말 감사한 분들이다. 관객들 덕에 먹고 살기 때문에 절대 갑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1998년 MBC 드라마 '애드버킷'로 데뷔한 김상경은 '생활의 발견'(2002), '살인의 추억'(2003), '내 남자의 로맨스'(2004), '극장전'(2005), '변호사들'(20015), '대왕세종'(2008), '화려한 휴가'(2007), '타워'(2012), '가족끼리 왜 이래'(2014~2015), '살인의뢰'(2015), '장영실'(2016) 등을 통해 다채로운 옷을 입었다.

김상경 하면 떠오르는 건 편안함이다. 특히 중년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반듯하고 밝은 이미지 덕인지 악역 출연 제의는 들어오지 않는다.

"안성기 선배한테 여쭤봤더니 '좋은 역할 하기도 바빠'라고 하시더군요. 하하. 악역이 입체적이라서 매력적인데 제 이미지 때문인지 거의 선한 역할만 와요."

차기작은 '사라진 밤'이다. 여인의 시체가 사라지면서 이를 둘러싼 숨겨진 진실을 좇는 스릴러다. '살인의 추억'의 추억에서 형사 역할을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 그는 이번 작품에서 베테랑 형사 우중식 역을 맡아 전대미문의 사건을 풀어나간다.

네 번째 형사 역할인데 이전과는 다르단다. 이어 그는 기자들을 향해 재치 넘치는 입담을 뽐냈다. "우리 4주간의 조정 기간을 갖고 다시 만나요!"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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