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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017 조선·철강 결산]조선 '수주절벽 여파 본격화'·철강 '잠재적 위험'


입력 2017.12.21 06:00 수정 2017.12.21 08:41        박영국 기자

조선, 삼성중공업 적자 커밍아웃·2사 CEO 교체

철강, 한미 FTA 개정·전기료 인상 등 잠재적 악재 돌출

현대중공업울산조선소 도크 전경(위)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현대중공업/현대제철

조선, 삼성중공업 적자 커밍아웃·2사 CEO 교체
철강, 한미 FTA 개정·전기료 인상 등 잠재적 악재 돌출


올해 3분기까지 조선, 철강업계는 표면적으로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듯 했다. 대형 조선 3사는 적자의 늪을 벗어나 소규모나마 동반흑자에 성공했고, 철강업계 역시 빅3가 일제히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지난해 극심한 수주절벽의 여파가 4분기부터 본격화되고 있고, 철강업계는 한미 FTA 개정, 산업용 전기료 인상 등 아직 현실화되고 있진 않으나 심각한 악재가 될 요인들이 잇따라 돌출됐다.

◆조선 빅3 세 분기 연속 동반흑자와 삼성중공업의 적자 커밍아웃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올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으로 나란히 흑자를 기록했다.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현대중공업이 4087억원, 대우조선해양이 1조945억원, 삼성중공업이 965억원이었다.

이들 3사는 수주실적에서도 나란히 지난해보다 나은 성과를 내며 올해 목표치 달성을 낙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불황의 늪을 벗어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조선 3사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매출 감소는 조선소에서 일감이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수주가뭄의 여파가 서서히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삼성중공업은 올해 4900억원, 내년은 24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았다. 올해의 경우 1~3분기 흑자를 감안하면 4분기에만 6000억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당장 올 4분기부터는 아니더라도 내년부터는 적자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올해 수주실적이 지난해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지난해가 워낙 바닥이었기 때문에 조금 치고 올라온 수준이고, 그나마도 실제 건조 물량에 반영되려면 1년 가량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적어도 내년 한 해 동안은 한파를 견뎌야 된다는 게 조선업계의 예상이다.

◆현대중·삼성중 CEO 교체…경영정상화 시즌 2

조선 빅3가 조단위 적자를 낸 암흑기를 버텨왔던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CEO가 나란히 교체됐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지난 11월 인사에서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에서 사임하고 지주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사실상 조선업계 경영 일선에서는 한 발 물러선 셈이다.

지난 2014년 9월 현대중공업그룹의 알짜 계열사 현대오일뱅크 CEO 당시 대규모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 CEO로 자리를 옮긴 권 부회장은 4년간 무보수로 일하며 회사의 구조조정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도 지난 11일 경영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4900억원, 내년 2400억원의 영업손실 전망치를 내놓은 직후다.

박 사장은 지난 2012년 말 삼성중공업 CEO를 맡아 어려운 시기에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이끌어 왔으나 ‘마지막 부실’까지 자신의 과오로 떠안고 후배인 남준우 부사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CEO 교체가 과거의 부실을 어느 정도 정리한 이후 경영정상화의 길로 이행하는 ‘시즌2’ 차원의 분위기 전환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1일 경남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타워 크레인이 골리앗 크레인과 충돌사고로 엿가락처럼 휜 채 선박 건조 작업장 쪽으로 넘어져 있는 모습.ⓒ연합뉴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지난 5월 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전도 사고도 올해 조선업계의 빼놓을 수 없는 사건 중 하나다.

당시 사고로 6명의 협력업체 근로자가 사망하고 25명이 부상했다.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에 따라 거제조선소의 작업은 2주간 중단됐고 당시 건조 중이었던 프랑스 토탈의 해양플랜트 인도가 늦어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사고에 따른 피해는 해양플랜트 건조비용 증가 및 안전관리 진단 및 컨설팅 비용, 협력사 보상금 등 총 1250억원에 달했으며, 이는 삼성중공업의 2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삼성중공업은 재발 방지를 위해 전 작업장 추가 특별 안전진단, 작업장 위험요소 제거를 위한 자체 TF 활동, 고객사 VOC 청취 및 글로벌 선진사 벤치마킹 등을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사고 발생 3개월 만인 8월 3일 ‘안전한 작업장 구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마스터플랜은 ▲안전관리 조직을 확대·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 ▲안전 최우선 경영을 위한 신안전문화 조성 ▲크레인 충돌사고 예방대책 ▲정기 안전점검, 국제 기준 적용 등을 통한 잠재 위험요소 발굴 및 제거방안 등으로 구성됐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6월 6일 성공적으로 개수를 마친 포항 3고로에 불을 지피고 있다.ⓒ포스코

◆철강 빅3, 공급과잉 해소·수요 회복 힘입어 나란히 호실적

철강업계에 올해는 비교적 ‘따뜻한’ 한 해였다. 올 1~3분기 포스코는 3조4698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현대제철은 1조402억원, 동국제강은 1845억원의 흑자를 각각 기록하는 등 일제히 호실적을 보였다.

실적 호조 배경으로는 중국의 철강 감산에 따른 공급과잉 해소와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따른 수요증가 등이 꼽혔다.

중국 정부가 환경규제의 일환으로 자국 대표 철강 생산지역인 탕산과 한단의 철강 생산량 50%를 감산함으로써 그동안 글로벌 철강가격 하락의 주 요인으로 꼽히던 중국발 철강 공급과잉이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여기에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주요 수요업종과의 제품가격 인상 협상도 이뤄지면서 철강업계 실적 호조에 힘을 보탰다.

◆미국 반덤핑 관세에 한미 FTA 개정협상까지

국내 철강업계는 올해 내내 미국의 통상규제 강화에 시달렸다.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한 반덤핑 예비관세를 당초 8%에서 지난 4월 24.9%까지 올리더니 11월에는 46.7%까지 올렸다.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철강 선재에 대한 반덤핑 예비관세도 당초 10.09%에서 11월 말 40.8%로 높였다. 최초 예비판정 결과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각국의 선재 판매가격을 달러로 통일해 비교하지 않았다는 미국 철강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한미 FTA 개정협상도 철강업계에는 또 다른 리스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요구하면서 대표적인 불공정 무역의 사례 중 하나로 철강 업종을 꼽았다.

굳이 한미 FTA가 아니더라도 자국 철강업을 보호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해 앞으로도 한국 철강업계를 향한 미국의 통상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용 전기료 인상 공포

정부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계획도 생산 단계에서 전기 사용이 많은 철강업계에는 잠재적인 리스크다.

지난 1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보고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경부하(심야전기) 요금 중심으로 인상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제철소 설비 중 고철을 녹여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은 전기로에서 이뤄지게 되며 이 과정에서 투입되는 원가의 20%가 전기요금이다. 이들 전기로는 24시간 가동되고 있어 경부하 요금만 인상해도 인상분이 그대로 원가에 반영된다.

철강업계는 2015년 기준 전기료로만 3조5068억원을 썼다. 현대제철은 1만2025GWh를 사용해 1조1605억원을, 포스코는 9391GWh를 사용해 8267억원을, 동국제강은 2490GWh를 소비해 2420억원을 각각 냈다. 철강업계에서는 산업용 전기인상에 따른 추가 비용을 연간 최대 수조원까지 예상하고 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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