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시기, 결정력 부재 드러낸 안철수…통합 승부수 통하나
바른정당과 통합 의견 수렴 전당원투표로 강공
서울시장·대선후보 사퇴, 창당…고비마다 고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전당원투표를 통해 통합 의견을 수렴하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정치적 결단의 시기마다 그의 선언이 ‘결정력 부재’로 패착을 불러왔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1년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경쟁하던 중 밝힌 불출마 선언과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선언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을 들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 양보로 2016년 4·13 총선의 ‘녹색돌풍’ 전까지 5년간 험로가 시작됐고, 대통령 후보 단일화 선언은 결국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011년 서울시장 양보…安風 내리막 서막
지난 2011년 9월6일 당시 안철수 교수는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내줬다. 한 여론조사를 보면 안 교수의 지지율은 50%에 육박했다. 박 서울시장은 5%에 불과했다.
안 대표의 불출마 선언이 다음해 18대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큰 그림이라는 일각의 해석과 달리 정점에 달리던 안풍은 이를 기점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통합해 새정치민주연합 공동 대표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취임 4개월 만에 7·30 재보선에서 참패하며 사퇴했다.
2012년 단일화 선언, 결국 대선패배
2012년 11월23일 여전히 국민들의 기대감이 높았던 안 대표는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했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집권을 막겠다는 두번째 통큰 선택은 문재인 후보의 대선패배에 이어 국정농단의 서막을 알렸다.
다음해인 2013년 4월 안 대표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 무소속으로 서울 노원병에서 당선됐다. 그의 지지자들은 원내 진입에 성공한 안 대표에게 새정치를 위한 창당 준비를 강조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과 통합으로 시기를 놓쳤다.
정치권은 당시 그가 창당의 구체적 당위성을 찾지 못했고, 그 후 지난해까지 지속된 패배가 그에게 조급증을 불러온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2017년 바른정당 통합선언, 국민의당 아수라장
바른정당과 통합 과정에 안 대표의 조급함을 보여주는 대목들이 여럿 보인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국민의당은 호남의 지지로 우뚝 선 정당이어서 대한민국 민주화 출발점인 호남정치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겹니다. 실제 호남은 늘 기득권을 타파하고 개혁의 선두에 서 왔습니다. 국민의당이 앞장서서 호남의 민주주의 전통을 왜곡하고 김대중 정신을 호도하는 구태정치, 기득권 정치를 끝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호남정신의 회복이라고 믿습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합이 다당제를 위한 최선의 선택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당내 호남계 중진과 화합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긴급 기자회견으로 통합선언을 알린 안 대표는 예정된 의원총회에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 반대파 중심의 의원들은 의총에서 안 대표의 불신임을 의결하고 ‘전당원투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 중이다.
안 대표의 예기치 못한 선언으로 당내 혼란은 정점에 달하면서 정치권을 비롯한 당내 의원들조차 스스로 국민의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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