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 2위’ 에밋 있어도 KCC 우승은 ‘글쎄’
뛰어난 개인 능력으로 리그 득점 2위
볼 소유 길고, 수비에 뚜렷한 약점 보여
전주 KCC ‘에이스’ 안드레 에밋은 과연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까.
에밋은 득점력만큼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과거 찰스 민렌드와 피트 마이클 등 자유 계약 시절 외국인 선수와 비교가 가능할 정도다. 하지만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는 최고의 선수인지는 의문이다.
그는 단신 외국인 선수 규정이 생기면서, 2015-16시즌 한국 땅을 밟았다. 33세의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NBA를 경험했던 선수다웠다. 특히 1대1로는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기술로 상대를 압도했고, 득점은 손쉽게 올렸다. KCC가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역시 에밋이었다.
반면 지난 시즌 KCC가 리그 최하위에 머문 것도 에밋의 영향이 컸다. 에밋은 시즌 내내 부상에 시달리면서, 25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그가 평균 28.80득점이란 대단한 기록을 남겼어도 무의미했다. 에밋과 팀 공격을 주도하는 전태풍, 하승진 등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KCC의 추락을 막을 수는 없었다.
에밋은 KBL 세 번째 시즌인 올해도 팀 중심이다. 국내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이정현이 새롭게 합류했지만 변함은 없다. KCC에서 가장 오랫동안 볼을 소유하고, 공격을 도맡는 선수는 에밋이다. 팽팽한 접전 상황에서 공격을 시도하는 선수 역시 에밋이다.
에밋은 지난 11월 인천 전자랜드와 경기에서 굴욕적인 무득점 경기를 보이기도 했지만, 한 번뿐이었다. 올 시즌 24경기에 나서 평균 24.58득점을 기록, 득점 순위 2위에 올라있다. 1위 제임스 켈리(평균 25.36)와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올 시즌에도 유력한 득점왕 후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하다. 에밋은 볼 소유 시간이 불필요하게 길 때가 많다. 포인트 가드보다도 훨씬 많다. 볼을 오랫동안 소유하고, 자신이 직접 공격을 시도하면서 전체적인 볼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 이는 이정현과 송교창, 하승진 등 득점력이 있는 동료들의 감각이 떨어지는 문제로 이어진다.
가장 큰 아쉬움은 넣는 만큼 내준다는 데 있다. 에밋은 화려한 기술과 득점력에 비해 수비는 약하다. 수비를 대하는 태도부터 득점에 대한 의지와는 차이가 있다. 30대 중반이 넘어섰지만, 평균 출전 시간도 31분 38초나 된다. 상대는 체력과 수비에 약점이 있는 에밋을 공략하고, 승리를 챙기는 경우가 꽤 있다.
KCC가 우승을 원한다면 에밋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최근 KCC가 2연패에 빠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에밋은 지난 15일 고양 오리온전에서 25득점을 올렸다. 팀 내 최다 득점이었다. 하지만 하승진(9득점)과 찰스 로드(9득점), 전태풍(2득점) 등은 한 자릿수 득점에 머물렀다. 오리온 공격을 이끈 버논 맥클린(41득점)과 저스틴 에드워즈(10득점 6어시스트)를 막아내지도 못했다. 이정현이 20득점을 기록하면서 에밋을 도왔지만, 팀은 무너졌다.
KCC는 17일 LG전에서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에밋이 31득점을 기록했지만 동료들의 도움이 저조했다. 하승진과 로드가 14점을 기록했지만 이정현(9득점)과 송창용(5득점) 등의 부진이 아쉬웠다. 센터 포지션과는 거리가 있는 제임스 켈리(20득점 18리바운드)에게 골밑을 내주고, 에릭 와이즈에게 16득점을 허용한 것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에밋은 잘하는 데 KCC는 패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상대는 기술이 뛰어난 에밋을 봉쇄하기보다는 다른 선수 수비에 집중한다. 볼 흐름이 원활하지 않도록 유도하면서 승리를 챙기곤 한다. 김동욱과 최진수 등 장신 포워드를 앞세워 에밋을 봉쇄하는 방법도 충분히 나온 상태다.
물론 에밋은 여전한 폭발력을 과시 중이다. 하지만 KCC에게 챔피언 트로피를 안겨줄 수 있는 선수인지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는 추승균 감독이 올 시즌 우승을 노린다면, 확실하게 풀고 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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