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만 초대형 IB…미래에셋대우 '산넘어 산'
7000억 증자 계획 발표…'IMA 요건' 자본 8조 채울 듯
공정위 내부거래 조사에 발행어음 인가 당분간 안개 속
"발행어음 건너뛰기…정책 취지에 맞지 않아" 지적 부담
미래에셋대우가 대규모 자금 수혈 단행으로 빠르게 자기자본 8조원을 채우면서 조만간 초대형투자은행(IB) 종합투자계좌(IMA) 1호 사업자에 가장 먼저 도전장을 내밀 요건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의 내부거래 조사로 한국투자증권에 이은 발행어음 2호 초대형IB 타이틀을 사실상 놓치게 되면서 상처 받은 자존심을 회복할 카드로 해석된다. 하지만 발생어음 사업을 건너뛴 IMA로의 직행은 당초 초대형IB 정책의 취지와 맞지 않는 만큼 금융당국이 이를 순순히 지켜만 볼지는 아직 미지수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15일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주 1억3084만2000주 신주발행 형식으로 시행되는 이번 유상증자는 구주주에게 80%, 우리사주조합에게 20% 등 주주배정 후 실권주에 대한 일반공모가 진행될 계획이다.
이로써 미래에셋대우는 곧 자기자본 8조원을 채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말 기준 자기자본이 7조3324억원이고 이미 올해 3분기까지 4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4081억원)을 올린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증권사들 가운데 가장 먼저 자기자본 8조원을 넘기게 된다.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자기자본 4조원 이상으로 초대형IB 인가를 받은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은 ▲NH투자증권 4조7929억원 ▲삼성증권 4조3410억원 ▲한국투자증권 4조2700억원 ▲KB증권 4조2324억원 등으로 8조원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입장이다.
특히 자기자본 8조원이 초대형IB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IMA 사업을 위한 커트라인이기 때문이다. 초대형IB 육성 방안에 따르면 8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춘 증권사에겐 고객으로부터 직접 금전을 예탁 받아 운용하는 IMA 업무가 허용된다. 이는 증권사가 취급할 수 있는 상품 중 은행 예금과 가장 비슷한 형태여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이런 점에서 미래에셋대우가 자본 확충 방안을 발표한 시점은 더욱 의미심장하다는 평이다.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같은 날 오전 미래에셋대우는 금융위원회로부터 발행어음 사업을 위한 단기금융업 인사 심사 보류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예전부터 제기돼 왔던 미래에셋대우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 의혹에 대해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해서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미 첫 발행어음업 인가를 한국투자증권에 내주며 자본 규모 최대 증권사로서의 체면을 구긴 미래에셋대우가 IMA 업무 조기 개시로 입장을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투증권은 지난 달 금융위로부터 초대형IB들 중 유일하게 단기금융업 허가를 받은 후 보름 만에 발행어음 상품을 내놓으며 시장을 선점했다.
문제는 미래에셋대우가 자본 요건을 갖춘다 해도 IMA 사업이 당장 가능할 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IMA의 경우 인가 규정이 없어 외형 상 요건만 갖추면 사업을 할 수는 있지만, 이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발행어음업을 거친 뒤 IMA 업무까지 단계적으로 나아가게 하겠다는 정부의 초대형IB 사업 의도와 크게 어긋나는 행보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초대형IB 사업 계획에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가능한 업무를 규정한 것은 그와 같은 단계를 차례대로 밟아야 한다는 의미”라며 “자기자본을 충족한다고 해서 특정 사업만 먼저 시작하는 것은 정책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욱이 IMA가 발행어음에 비해 리스크가 크다는 부분도 미래에셋대우의 IMA 진출을 금융당국이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배경이다. IMA는 증권사가 원금을 보장해야하는 상품이다. 단, 5000만원 이내의 예금자보호 대상은 아니다. 즉, 증권사에 문제가 생기면 원금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자기자본의 두 배로 발행이 제한된 발행어음과 달리 IMA는 이런 한도가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특정 증권사만 IMA를 개시하면 자금이 쏠릴 우려가 있고, 이 때문에 IMA도 한도 설정을 통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며 "이런 점 때문에 금융당국으로서도 특정 보험사의 IMA 독주를 바라만 보기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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