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옥죄자 은행 '빅4' 전세대출 폭증
1년간 주담대 3.3% 늘 때 전세대출 27.6%나 껑충
정부의 대출 규제와 모바일 전용 상품 출시 한몫
정부의 고강도 가계부채 대책으로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이 어려워지자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 등이 전세자금대출 시장을 눈독들이고 있어 전세자금대출의 가파른 상승곡선에 따른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29조5750억원에서 올해 11월 말 37조7552억원으로 27.6%(8조1802억원)이나 늘었다.
절대적인 규모는 주담대가 훨씬 크지만 이 기간 3.3% 늘어나는 데 그친데 비하면 전세자금대출의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른 셈이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이 기간 전세자금대출을 큰 폭 늘렸다.
지난해 11월 말 7조6777억원이었던 우리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올해 11월 말 11조2404억원으로 46.4%(3조5627억원)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 증가율은 3.0%였다.
KEB하나은행은 대출이 26.8% 늘어난 반면 주담대는 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역시 이 기간 대출은 14~21% 뛰었고 주담대는 1~3%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은행들의 전세자금대출이 급증한 이유는 정부의 8.2부동산 대책에 이어 금융회사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 등으로 주택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담대를 받아 집을 사기가 어려워지면서 전세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전세자금대출은 서울보증보험 보증서나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주택신용보증서가 있어야 받을 수 있어 차주가 돈을 갚지 못해도 주택금융공사나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대여금의 90% 이상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돈을 떼일 염려가 없어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 취급에 나선 점도 한몫했다.
아울러 은행들이 영업점 방문 없이 모바일을 통해 24시간 간편하게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전용 대출 상품을 선보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와중에 인터넷전문은행도 내년부터 전세자금대출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어서 전세자금대출 증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초 비대면 전세자금대출을 선보일 예정이고 케이뱅크는 주택담보대출 출시 후 전세자금대출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요 은행들의 전세자금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며 “서민과 실수요자를 위한 전세자금대출은 필요하겠지만 급속한 대출 팽창은 억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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