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영업 확장 기세는 어디로…증권사 점포 철수 러시
올해 상반기 증권사 해외 점포 57개…6년 동안 35%(31개) 줄어
경쟁력 없는 단순 중개영업에 매달린 탓…장기적 관점 접근 필요
국내 증권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해외진출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앞다퉈 짐을 싸고 있다. 경쟁력 있는 수익 모델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단기 성과에만 연연하더니 켜켜이 쌓인 손실을 버티지 못해서다.
3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에서 운영하고 있는 법인과 지점, 사무소는 총 57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64개)보다 7개 줄었다. 점포가 가장 많았던 2011년 말(88개)과 비교하면 6년 새 35%(31개)나 감소한 셈이다.
증권사별로 보면 한화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 현대차투자증권은 해외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유안타증권을 비롯한 KB증권, NH투자증권 등도 기존에 있던 점포의 절반가량을 없애면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증권사들의 해외 점포 철수 러시는 뚜렷한 수익모델을 개발하지 못하면서 손실이 지속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증권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IB(투자은행)업무를 확대하고 PBS(헤지펀드사에 증권대차와 신용공여, 담보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사업에 진출하는 등 수익원 다양화를 위해 노력했어야 함에도 단순 중개위주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해 증권사들이 해외점포에서 본 손실액은 54억원에 이른다. 2015년에 164억원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지만 2012년과 2013년에만 각각 94억1600만원, 26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손실규모가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단기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기업문화도 장기적 접근이 필요한 해외시장 개척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현지에서 네트워크가 구축된 회사를 인수‧합병하는 방식이 아닌 신규 회사를 설립해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에 성장을 위한 시간이 필요함에도 단기 실적을 기준으로 점포 폐쇄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현지 법인에 투입한 자본 규모도 턱 없이 부족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점포 당 평균 자본이 268억2600만원에 불과해 수익 없이 신규 사업을 유지하면서 손익분기점 달성까지 도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철저한 준비 없이 앞서 해외 시장에 진출한 다른 증권사들을 보고 막연한 기대감에 뛰어든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현지 전문가를 키우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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