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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부동산 PF 경고등…리스크 관리 도마


입력 2017.11.09 06:00 수정 2017.11.09 07:37        부광우 기자

부동산 투자 확대에 증권사 채무보증 26조 돌파…1년 새 4.6조 급증

부실 가능성 평가액 사실상 제로…총액의 99.3% 건전성 등급 '정상'

규제 강화·금리 인상 기조에 부동산 '먹구름'…리스크 관리 필요성↑

국내 43개 증권사의 올해 6월 말 기준 채무보증은 총 26조5703억원으로 전년 동기(21조8919억원) 대비 21.4%(4조6784억원) 증가했다. 이 같은 증권사 채무보증의 상당 부분은 부동산 투자에서 발생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채무보증 중 부동산 PF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했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 열풍에 국내 증권가의 채무보증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26조원을 돌파했다. 그럼에도 이 가운데 증권사들이 부실 가능성이 있다고 분류해 놓은 액수는 사실상 제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밖으로는 미국 금리 인상이 본격화 조짐을 보이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충격파가 예상되는 만큼 부동산 PF 관련 채무보증 관리에 좀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43개 증권사의 채무보증은 총 26조5703억원으로 전년 동기(21조8919억원) 대비 21.4%(4조6784억원) 증가했다.

채무보증은 당장 빚은 아니지만 유사시 대규모 부채로 돌변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증권사별로 보면 메리츠종금증권의 채무보증이 5조292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NH투자증권이 3조5560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미래에셋대우(2조8602억원)·KB증권(2조7128억원)·한국투자증권(2조6217억원) 등이 2조원대의 채무보증을 가지고 있었다.

이밖에 삼성증권(9939억원)·교보증권(9637억원)·하이투자증권(9191억원)·한화투자증권(8080억원)·IBK투자증권(7218억원)이 채무보증 규모 상위 10개 증권사에 이름을 올렸다.

채무보증이 이처럼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증권사들 대부분은 위험 가능성이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실제 조사 대상 증권사들은 전체 채무보증 중 99.3%인 26조3864억원을 건전성 분류 상 정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증권사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채무보증이 현재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사는 자산 건전성을 정상과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의 다섯 단계로 나누고 있으며 뒤로 갈수록 부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증권사들이 정상 이외의 등급을 매긴 채무보증 액수는 1839억원으로 전체의 0.7%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KB증권(1833억원)과 유진투자증권(6억원) 등 두 곳이 전부였다.

이 같은 증권사 채무보증의 상당 부분은 부동산 투자에서 발생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채무보증 중 부동산 PF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했다.

부동산 PF는 건설사가 사업을 시행할 때 사업권을 담보로 금융사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건설사는 향후 지어질 건물이나 땅의 가치를 담보로 자산유동화채권(ABCP)을 발행해 금융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 과정에서 증권사는 건설사가 발행한 채권에 보증을 서는 형태로 신용을 보강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증권가의 부동산 PF 채무보증은 은행들이 부실대출을 꺼리고 건설사들의 신용이 악화되는 와중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부동산 사업에 진출하면서 늘어왔다. 여기에 저금리가 맞물리면서 부동산 경기가 호황에 돌입한 것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했다.

문제는 새 정부가 적극적인 부동산 시장 규제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PF를 둘러싼 위험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만약 증권사들이 보증을 선 주택에서 미분양 사태가 벌어질 경우 증권사은 그 만큼 채무 부담을 져야 한다.

더욱이 초저금리 시대 탈출까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부동산 시장 위축이 전망된다는 점은 관련 PF 채무보증을 둘러싼 염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난 달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소수의견을 통해 인상 시그널이 감지됐다.

이에 금융당국도 증권사의 채무보증에 제동을 걸고 나선 상황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증권사들은 건전성 등급에서 고정 이하인 채무보증에만 대손준비금을 쌓으면 됐다. 그런데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31일부터 모든 증권사 채무보증에 대손준비금을 적립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시행했다. 적립액 비율은 ▲정상 0.85% ▲요주의 7% ▲고정 20% ▲회수의문 50% ▲추정손실 100% 등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무보증의 경우 현재 존재하는 빚이 아닌 유사 시 채무가 될 수 있는 우발부채로 분류되는 까닭에 금융사 입장에서는 당장의 부실 위험도가 높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부동산 PF는 구조 상 업황에 민감하고 최근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채무보증 리스크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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