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EW★] 오승훈 "인기 연연 안 해…연기가 가장 행복"
영화 '메소드'서 아이돌스타 영우 역
"자신감 생긴 작품 잘 마쳐 뿌듯해"
영화 '메소드'서 아이돌스타 영우 역
"자신감 생긴 작품 잘 마쳐 뿌듯해"
10년간 하던 농구를 그만둔 한 청년은 재미있는 걸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연기 학원에 등록했다. 연기에 재미를 느꼈고, 6년간 아르바이트를 뛰며 단편영화에 출연했다. 포기는 없었다. 정말 재미있다는 이유에서다.
단편영화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다 지난해 600:1의 경쟁을 뚫고 연극 '렛미인'을 통해 화려하게 연기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연극 '나쁜자석', 'M. 버터플라이'를 통해 대학로 기대주로 떠올랐고, 인기리에 방송된 SBS 드라마 '피고인'에서는 김석 역을 맡아 활약했다.
2017년에는 신인으로서는 부담이 될 만한 첫 주연작을 마쳤다. 영화 '메소드'(감독 방은진)에서 아이돌스타 영우 역을 맡은 오승훈(26) 이야기다.
'메소드'는 메소드 연기의 달인인 연극배우 재하(박성웅)와 아이돌 스타 영우(오승훈)가 '언체인'이라는 연극의 주연 배우로 만나 극과 현실을 혼동하면서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을 그린다. '오로라 공주'(2005), '용의자X'(2012), '집으로 가는 길'(2013) 등을 만든 방은진 감독이 연출했다.
오승훈은 주인공 영우로 분해 박성우와 투톱으로 나서 존재감을 뽐냈다. 8일 서울 사당동에서 만난 오승훈은 "큰 스크린에 나온 내 얼굴을 보니 영광스럽고 벅찼지만, 민망하고 쑥스럽기도 하다"고 미소 지었다.
배우가 극 중 배역에 몰입해 그 인물 자체가 돼 연기하는 방법을 '메소드'라고 한다. 영화는 현실과 무대의 경계의 모호해질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한 두 인물에 집중한다. 캐릭터에 몰입한 나머지 이게 실제 나인지, 아니면 극 속 캐릭터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인물들의 감정을 건드렸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 사례를 기록한 작품이다.
'메소드'로 2017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기도 한 그는 "생애 첫 레드카펫이었는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떨렸다"고 털어놨다.
오승훈은 극 중 영우로 분해 다양한 감정 연기를 소화했다. 촬영 3일 전에 캐스팅된 그는 "영우 캐릭터를 정말 하고 싶었고, 잘 할 자신이 있었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앞서 박성웅은 오승훈을 처음 보고 한눈에 들어왔다고 극찬한 바 있다.
오승훈은 "엄청난 칭찬"이라고 웃은 뒤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날 믿어준 덕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다들 '하고 싶은 대로', '마음 먹은 대로' 연기하라고 했다"고 했다.
오승훈은 한 달간 '메소드'에 푹 빠져 살았다. "인간 오승훈으로 돌아올 시간이 없을 만큼 빠져 살았어요. 아이돌 스타라서 악기도 배웠고요. 영우와 저는 충동적인 면이 닮았어요. 사랑에 빠지면 '올인'하는 점, 예민한 점도 비슷하고요."
오승훈이 해석한 영우는 가만히 있어도 끌릴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남자다. "영우는 말을 툭툭 뱉는 것 자체만으로 매력적인 남자예요. 자기만의 언어가 있고, 주관이 뚜렷한 캐릭터죠. 충동적이기도 하고요. 여성들에게 모성애를 불러일으키는 아이였죠."
영화는 82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재하와 영우의 감정 변화를 보여준다. 하지만 재하와 영우가 서로에게 끌리는 과정이 너무 빠른 탓에 둘의 감정 변화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배우는 "그런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면서 "영우는 연기를 통해 재하에게 확 빠져든다. 매일 연기 연습을 하다 보면 빠져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에 연극의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영우의 미묘한 표정도 인상적이다.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무언가에 확 꽂혔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때 느끼는 마음을 담았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모습, 공허해지고 외로운 감정이 영우의 표정에 담겼죠. 영우는 재하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거든요. 촬영 마지막 날 찍었는데 이튿날 감독님께 다시 찍자고 했어요(웃음)."
방 감독의 팬이라는 그는 "감독님과 함께한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했다. 방 감독은 오승훈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승훈아 넌 반짝여. 네 안에는 많은 것들이 있어." 신인 배우에게 큰 힘이 된 한마디였다. "배우 출신 방 감독님의 '오케이'를 받은 건 대단한 일이죠. 거짓 연기를 다 아시거든요. 진정성 있게 연기했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꼈어요."
박성웅은 오승훈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했단다. 그는 오승훈에게 "넌 정말 잘 될 거야"라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선배님 역시 저에게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고 하셨어요. 항상 칭찬해주신, 마음 따뜻한 선배예요."
무용 전공의 엄마, 체대 출신인 아빠의 피를 물려받은 오승훈은 스물한 살 때 발목 인대 부상으로 농구를 그만뒀다. 그는 "무명인데도 연기를 계속한 건 다른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연기가 참 매력적이기 때문이었다"며 "연기하는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오승훈은 진정성 있는 연기를 펼치는 배우가 되길 꿈꾼다. "멋있는 척하고 싶지 않아요. 거짓말하는 걸 스스로 알거든요.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어디 가서도 당당할 수 있는 배우, 좋은 길로 가는 배우요."
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를 묻자 "영화에 욕심이 생긴다"며 "훌륭한 선배들과 치열하게 연기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연예인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인기는 무시할 수 없다. "인기 있으면 감사하죠. 근데 연연하고 싶지 않아요. 언제든지 없어질 수 있는 거니까. 인기보다는 연기 자체에 집중하고 싶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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