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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의 '속도혁명' 서울~강릉 KTX...그 뒷 이야기


입력 2017.11.07 10:44 수정 2017.11.10 14:54        박민 기자

KTX인듯 KTX아닌 원강선 고속철도…'일반철도의 고속화 성공'

1996년 처음 타당성 조사 이후 동계올림픽 유치와 운명 함께 해

KTX인듯 KTX아닌 원강선 고속철도…'일반철도의 고속화 성공'
1996년 처음 타당성 조사 이후 동계올림픽 유치와 운명 함께 해

강릉역에 잠시 정차중인 KTX 모습.ⓒ데일리안 박민 기자

다음달 개통 예정인 원강선(원주~강릉 120.7km) 고속철도가 사업이 처음 논의 된지 20여년만에 운행에 들어간다. 지난 1996년 철도청(현 코레일)이 첫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이후 수익성 논란 등으로 수십년간 지연되다가 내년 2월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함께 마침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원강선(원주~강릉 120.7km)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강릉까지 한 번에 연결되는 경강선(경인~강릉 284.3km) 구간 중 새롭게 건설된 노선이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핵심 교통망 구축사업'으로 추진돼 지난 2012년 6월 착공, 5년이 넘는 공사 끝에 올해 12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

개통 시 인천국제공항에서 강릉역까지 2시간12분( 제1여객터미널 기준, 277.9km)만에 주파한다. 특히 서울 청량리역 출발시 이동시간은 1시간28분에 불과하다. 예전 무궁화열차로 5시간47분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4시간 정도 빨라졌다. 그야말로 교통 혁명에 가깝다.

원강선은 경부고속철도, 호남고속철도, 수서고속철도에 이에 국내 4번째 고속철도이다. 유독 '최초'나 '최고' 같은 수식어를 갖고 있는데 세계 최초 4G 방식의 철도무선통신망(KR LTE-R)이나 약 22km에 이르는 국내 최장 산악터널 '대관령터널' 등 여러 기록들이 총망라됐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찾은 (신)강릉역사. 원주~강릉 고속철도 체험형 종합전시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날 영업시운전 체험자들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데일리안 박민 기자

특히 원강선은 평창동계올림픽과 운명의 궤도를 함께 하면서 개통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난 1996년 서울대가 1차 타당성 조사를 한 뒤, 무려 14년 동안이나 타당성 조사와 기본설계만 각각 두 차례씩 반복하며 지역 주민의 애를 태운 사업이다.

원강선은 약 20여년 전 국토 균형발전 촉진을 위해 1996년 5월 처음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철도청(현 코레일)이 서울대공학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비용대비편익(B/C)은 1.03으로 나타났다. 통상 적격성 통과 수준인 1을 넘겨 사업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과였다.

이후 신강릉역 역세권 계발계획 반영 및 도시기본계획 승인을 거쳐 1999년 12월 철도청이 2010년 완공을 목표로 '노반 기본설계'에 들어갔다. 특히 다음해 교통개발연구원을 통해 타당성 검토를 진행했는데, 이때에도 B/C는 1.09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이 '동계올림픽' 유치 첫 도전이 실패하면서 사업은 다시 2014년 완공 목표로 수정됐다. 철도청 공사 전환 이후 발족한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사업을 주관해 2006년 9월부터 1년간 실시설계, 2008년 실시계획 승인 등의 청사진을 다시 밝히면서 그 실현에 탄력이 붙는 듯 했다.

무엇보다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를 위해서는 핵심 교통망인 원주~강릉 복선전철 추진의지를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게 적극 홍보해야 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도 컸다.

그러나 2007년에 '2014 동계올림픽' 유치 도전 역시 실패하면서 원강선 노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야 했다.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에 타당성 재검증을 받았는데, 그 결과 B/C는 이전과 달리 0.287로 나타났고 결국 즉각 중단 위기를 맞는다. 사실상 동계올림픽 유치 여부에 따라 사업 존폐가 갈린 셈이다.

이후 동계올림픽 유치를 다시 도전하자는 분위기와 함께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이를 '국가 30대 선도 프로젝트 사업'으로 확정했고, 2010년 5월 '2018 동계올림픽유치 정부지원위원회'가 사업 타당성과 관계없이 이를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결국 사업성 논란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지난 3일 찾은 강릉시 교2동에 위치한 (신)강릉역사 앞 시가지 전경.ⓒ데일리안 박민 기자

원강선은 최초 사업 논의에서 개통까지 20여년 시간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독톡한 점은 또 있다. KTX가 다니는 노선이지만 엄밀히 말해 '고속철도'가 아닌 최고 시속 250km로 제한되는 '준고속철도'라는 점이다.

애초 이 사업은 '고속철도'가 아닌 '일반철도' 노선으로 고시, 추진됐다. 새로 짓는 노선 이외에 일반철도를 시속 200~250km급으로 달릴 수 있게 고속화 작업도 병행됐다. 호남선 경부선 등은 고속철도 노선으로 건설돼 KTX가 시속 300km까지 달릴 수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원강선은 국내 최초로 일반열차 노선에 고속열차가 다닐 수 있게 고속화 설계가 된 곳"이라면서 "이를 위해 최대 시속 250km로 달리는 EMU-250 신열차가 개발중인데, 개발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KTX-산천 열차가 다니게 된다"고 말했다.

또 원강선 운영 수익금도 전적으로 코레일이 관리하게 된다. 기존 호남선·경부선 고속철도의 경우 코레일이 매출의 일정 비율을 '선로 사용료' 명목으로 철도시설공단에게 내고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

요금 체계 역시 고속철도와 다르다. 철도 여객운임은 투입하는 차량과 노선별로 국토교통부의 상한고시제를 적용 받는데 '준고속철도' 요금이 적용되는 최초 사례다. 현재 국토부에서 고시한 1km당 운임 상한은 고속철도 164.41원, 준고속철도 140.91원, 일반철도 108.02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서울권 출발 기준 2만5000원~3만원 사이에서 운임이 논의중에 있다"면서 "원강선은 구간에 따라 일반철도노선과 준고속철도 노선이 깔려있어 요금체계를 적용해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까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원강선은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하루 3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돼 일일 총 51회 운행한다. 출발역을 기준해 인천공항역 16회, 서울역 10회, 청량리역 10회, 상봉역 15회 등이다. 올림픽이 끝난 후에는 상시 이용객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 운행 횟수가 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이번 원강선 KTX 개통으로 지역 분위기도 한껏 고조되고 있다. 접근성이 대폭 확대돼 인구 유입 증대는 예고된 수순이기 때문이다. 특히 교통 편의성 확충으로 집값, 상권 등 일대 부동산 시장도 미래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일대 분위기다.

강릉시 교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011년에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확정된 이후 일대 부동산이 수직상승한 이후에는 조용한 상태"라면서 "연말에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여름철 성수기 외에도 관광객이 많이 늘어나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오래된 건물의 재건축 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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