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FA’ 정근우, 역대 최고액 가능할까
한화의 4년 FA 계약 만료, 두 번째 자격
적지 않은 나이로 초대형 계약 이룰지 관심
KBO리그 역대 최고의 2루수를 논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바로 정근우다.
2005년 SK에 입단한 정근우는 올 시즌까지 13시즌을 채웠고 프로 통산 1485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5 106홈런 621타점 350도루를 기록했다.
정근우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나 득점 생산력이다. 정교한 타격을 바탕으로 출루에 능하고 빠른 발을 이용해 추가 진루가 가능한 선수다. 2009년과 2016년 득점왕 타이틀이 이를 말해준다.
여기에 올 시즌 아쉽게 무산됐지만 11시즌 연속 두 자릿수 도루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와 넓은 수비 범위로 역대급 2루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정근우는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스탯티즈 기준) 부문에서 통산 48.21을 적립 중인데 이는 역대 타자 가운데 26위에 해당한다. 2루수로 한정하면 김성래(35.62 WAR), 박정태(34.43 WAR), 안경현(33.11 WAR) 등 시대를 풍미했던 레전드들을 이미 뛰어넘은 역대 1위에 올라있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정근우에게 고액 연봉은 당연했다. 프로 4년차였던 2008년 억대 연봉에 진입한 정근우는 매년 연봉 인상 대상자에 속했고, FA 자격을 얻은 2014년에는 한화로 이적하며 당시로서는 역대 2위에 해당하는 4년간 70억 원의 대형 계약을 이끌어냈다.
정근우는 FA 계약 기간 내에도 꾸준했다. 4년간 타율 0.312 47홈런 244타점 81도루를 기록하며, WAR 부문 16.04를 기록해 김태균(17.18 WAR)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른 바 높은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친 ‘혜자 FA’였다.
정근우는 이제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실력만 놓고 보면 다시 한 번 잭팟을 터뜨릴 자격이 충분하지만 시장 상황이 결코 정근우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는 게 문제다.
일단 내년이면 36세가 되는 적지 않은 나이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35세 이상 선수가 20억 원 이상의 대형 계약을 맺은 사례는 모두 12건. 뚜렷한 이유가 있었던 대형 계약들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한 팀 유니폼만 입은 레전드들로 프랜차이즈 효과를 톡톡히 본 사례다. 하지만 정근우는 한화에서의 생활이 4년에 불과해 이와 같은 대우를 받기에 무리가 따른다. 급기야 한화는 이번 FA시장에서 소극적인 자세로 임할 가능성이 크다. 리빌딩을 하기 위해서다.
물론 예외도 있는데 이는 계약을 맺은 팀 사정이 절실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해당 포지션의 전력 보강이 절실했던 kt 유한준과 LG 정현욱, NC 이호준의 타 팀 이적이 바로 그러한 예다.
이 부분에서도 하늘은 정근우의 편이 아니다. 현재 거의 모든 팀들은 확실한 2루수 자원을 보유 중이다. KIA는 안치홍, NC는 박민우, 넥센은 서건창, kt는 박경수가 주전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는 번즈와의 재계약이 유력하며 두산은 오재원과 최주환, 삼성도 조동찬이 버티고 있다.
2루수 자원이 시급한 팀은 친정팀 SK와 LG, 그리고 한화 정도에 불과하다. SK는 외부 FA 영입을 주저하는 대표적인 팀이며, 한창 리빌딩 중인 LG가 정근우를 원할 리 만무하다. 결국 잔류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모양새인데 수요가 없다면 가격이 떨어지는 게 당연지사다.
한편, 35세 이상 FA 선수들 중 역대 최고액 계약은 2016년 kt로 이적한 유한준이었다. 계약 1년차 35세였던 유한준이 이끌어낸 금액은 무려 60억 원(4년)에 달한다. 전력 보강의 의지를 불태운 kt의 속사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계약이었다.
역대 2~3위는 LG와 롯데의 리빙 레전드인 박용택(50억 원)과 송승준(40억 원)이다. 그리고 역대 4위 이승엽은 지난해 40세 나이로 4년이 아닌 2년 계약에 36억 원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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