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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핑 vs GSP, 확 달라진 UFC 큰 그림


입력 2017.11.05 00:09 수정 2017.11.05 01:57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오는 5일 ‘UFC 217’ 대회 메인이벤트 장식

승자는 맥그리거와의 슈퍼파이트 가능성

오는 5일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서 있을 ‘UFC 217’ 대회 메인이벤트를 장식할 마이클 비스핑과 조르주 생 피에르. ⓒ 게티이미지

최근 UFC 옥타곤 ‘화랑’은 예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상태다.

과거에는 파이터들이 열심히 훈련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면 알아서 주최 측에서 홍보도 해주고, 좋은 구도도 잡아주며 멋진 그림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제는 열심히 화랑 밖까지 나가서 자신의 작품을 셀프 홍보하고 향후 밑그림까지 스스로 그려야하는 움직임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

적극적으로 작품을 알리고 다른 부분에 신경도 쓴다는 점에서 무조건 나쁘지만은 않다. 물론 주객이 전도돼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파이터는 꾸준하게 경기에 출전하면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게 우선이다. 그렇게 랭킹을 올려나간 선수가 기회를 잡고 높은 위치에서 명성을 떨쳤던 것이 지금까지의 UFC다.

그러나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다. 최고의 그림을 그리는 선수에게 주어지던 챔피언 벨트의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 꼭 열심히 그림을 잘 그린다고 화랑에서 좋은 대접을 받지 않는다. 스스로 손님을 잘 끌어오지 못하면 그림 값은 엉망이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반면 그림으로 보여준 것은 많지 않아도 언변과 ‘밀당(밀고 당기기)’을 통해 많은 돈을 벌고 특혜를 받은 화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원하는 경기를 가져 많은 돈만 벌 수 있다면 벨트 따위는 아무 의미 없다”고 외치는 디아즈 형제가 대표적인 예다.

이렇듯 옥타곤 화랑이 엉망진창이 돼버린 배경에는 라이트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의 영향이 매우 크다.

그는 페더급 시절부터 열광적인 아일랜드 관람객 파워를 등에 업은 채 특유의 영업수완을 발휘하며 빠르게 화랑에 이름을 알렸다. 자신감을 넘어선 거만함으로 차별화된 캐릭터를 내세웠고, 많은 이들은 그의 그림을 보기위해 지출을 아끼지 않았다.

당연히 주최 측의 대우도 좋을 수밖에 없었다. 전시회의 초점을 온통 맥그리거를 위해 맞춰줬고 규모도 갈수록 커져갔다. 물론 이 같은 부분 역시 맥그리거의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맥그리거로 인해 옥타곤 화랑이 예전에 없던 많은 수익을 올린 부분은 양측의 ‘윈윈’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특정 선수만을 위해 전시회가 구성되고 진행되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전시회 일정까지 입맛대로 짜버리게 된 맥그리거의 성공을 보게 된 다른 파이터들은 너도 나도 따라 하기에 집중하고 있다. 명분과 동료 의식 같은 것은 깡그리 무시했던 맥그리거인지라 이를 롤모델로 하는 선수가 많아질수록 화랑의 질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오는 5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서 있을 ‘UFC 217’ 대회 메인이벤트를 장식할 마이클 비스핑(36·영국)과 조르주 생 피에르(35·캐나다)의 미들급 타이틀전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는 매치업이다.

오랫동안 UFC에서 많은 경기를 가졌던 비스핑은 맥그리거를 보면서 자신의 마지막 커리어를 빛낼 열쇠를 찾았다. 챔피언이 되기 전까지 비스핑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중하위권 선수들에게는 이변조차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상위권 랭커와의 맞대결에서는 대부분 패했던 것이 이유다. 어쩌면 그것이 비스핑의 한계였을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운이 따랐다고는 하지만 비스핑은 전 챔피언 루크 락홀드(33·미국)를 무너뜨리며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잘 살렸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강자들에게 많이 당해본 비스핑은 자신의 역량을 스스로 너무 잘 알았다. 비록 챔피언 벨트는 두르고 있지만 이전 레전드 챔피언들처럼 도전자들을 속속 물리치며 최강자로 명성을 떨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에 비스핑은 자신만의 도화지를 펼쳐놓고 생존할 방법을 찾는다. 결론은 맥그리거를 롤모델 삼아 그가 칠해온 물감을 선택하는 것이었지만 사실 그마저도 쉽지는 않았다. 순수 기량만으로 상위권 전력은 되는 맥그리거에 비해 자신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다행히 전형적인 백인영웅 이미지로 인해 영국,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나쁜 편은 아니었던지라 활용할 수 있는 흥행력이 있었다.

고심 끝에 비스핑은 은퇴직전의 노장 댄 헨더슨 카드를 투입시켜 급한 불을 끄며 도화지가 타버릴 뻔한 위기를 넘겼고 뒤이어 고심 끝에 생 피에르를 끌어들였다. 생 피에르는 과거 웰터급에서 수많은 명화를 그려낸 전직 챔피언이었다. 커리어나 기술 수준만 놓고 보면 많은 차이가 나지만 오랜 공백 기간과 한 체급 아래 출신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해볼 만 했다.

비스핑과 생 피에르는 서로를 상대로 각각 다른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스핑은 이름값은 높으면서 그래도 미들급 랭커들보다 덜 부담스러운 생 피에르를 꺾고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쥐고 싶다. 생 피에르 역시 체급은 높지만 비스핑 정도라면 충분히 자신이 제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진짜 큰 그림은 해당 경기 이후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어쨌든 이슈가 되고 있는 매치업에서 승리하게 되면 다음 경기를 선택하는데 메리트가 크다. 어떤 면에서 둘의 대결을 최고의 장삿꾼 맥그리거 역시 유심히 지켜볼 공산도 있다.

생 피에르가 이길 경우 한 체급 차이밖에 나지 않아 맥그리거와의 슈퍼파이트 가능성도 높다. 최근 슈퍼스타들의 잇단 이탈로 빅매치가 줄고 있는 UFC 입장에서 생 피에르와 맥그리거의 충돌은 매우 환영할만한 카드다. 어쩌면 생 피에르 역시 거기까지 계산에 놓고 복귀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비스핑이 방어전을 성공할 경우 맥그리거와 붙지 말란 법도 없다. 체급 차이가 많이 나기는 하지만 비스핑은 맥그리거가 부담스러워할 만큼 강한 선수는 아닌지라 조정체급형태를 띄면 양측 모두 오케이 할 가능성도 있다. 다소 상식 밖의 매치업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최근 UFC 행태를 보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이러한 구도에 끼고 싶어 하는 파이터도 많다. 명분은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맥그리거, 비스핑, 생 피에르와 경기를 가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인지도와 돈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웰터급 챔피언 타이론 우들리(35·미국)같은 경우 벌써부터 “비스핑, 생 피에르 경기의 승자와 붙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UFC에 장기적으로 독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당장은 큰 경기를 통해 흥행 화로를 활활 태울 수 있겠지만 모두 타고나면 재료가 떨어져 재만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옥타곤 화랑은 더 이상 관람객들이 찾지 않는 썰렁한 전시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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