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파생상품 나홀로 손실... 명성 흠집
지난 2분기 관련 손익에서 330억원 적자…5대 증권사 중 유일
지난해까지 선두였는데…올해 상반기 파생상품 손익 4위로 추락
초대형 IB 사업 인가 앞두고 파생상품 리서치 역량 흠집 아쉬움
NH투자증권이 올해 2분기 파생상품에서 300억원대의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에 도전장을 낸 국내 5대 증권사 가운데 유일한 적자다.
위험회피 헤지로 회사의 직접적 손실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증권가 파생상품 손익 1위에서 올해 상반기 4위까지 밀려나면서 초대형 IB 인가를 기다리는 상황 속 파생상품 리서치 역량에 흠집이 난 모양새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43개 증권사의 파생상품 관련 손익은 4조41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올해 증권가는 중국 발 주가연계증권(ELS) 쇼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분위기다. 지난해 같은 기간 조사 대상 증권사들의 파생상품 관련 손실이 1조8936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한 흑자 전환이다.
증권사별로 봐도 올해 상반기 파생상품 관련 손익에서 플러스를 나타낸 곳이 27개사로 마이너스에 머문 곳(9개사)보다 훨씬 많았다. 나머지 7곳은 파생상품 관련 손익이 제로였다.
이런 와중 눈에 띄는 곳은 NH투자증권이다. 주요 대형 증권사들이 올해 들어 일제히 흑자 규모를 늘려 가는 흐름과 달리 지난 2분기 330억원의 파생상품 관련 손실을 기록해서다.
NH투자증권을 포함해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자기자본 4조원 이상으로 초대형 IB 사업자 신청 요건을 갖춘 5개 증권사들 중 같은 기간 파생상품 관련 적자를 낸 곳은 NH투자증권이 유일했다.
이에 관련 시장에서의 순위도 곤두박질쳤다. 2분기 손실에도 불구하고 1분기에 쌓아둔 이익 덕분에 올해 상반기까지 NH투자증권은 5811억원의 파생상품 관련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액수는 미래에셋대우(7377억)와 KB증권(5962억원), 한국투자증권(5940억원)에 이어 네 번째 규모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NH투자증권은 파생상품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거둬들인 증권사였다. 실제 NH투자증권의 지난해 파생상품 관련 손익은 4809억원으로 미래에셋대우(3773억원)와 KB증권(3616억원), 삼성증권(2933억원), 한국투자증권(2794억원) 등 다른 초대형 IB 대상 증권사들에 비해 1000억~2000억원 가량 많았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은 초대형 IB 사업을 통해 투자 확대를 준비하고 있는 시기란 점에서 곱씹어 보게 되는 대목이다. NH투자증권은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과 함께 금융당국의 초대형 IB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자기자본 4조원 요건을 충족한 이들 증권사가 초대형 IB 사업자가 되면 만기 1년 이내의 어음 발행·할인·매매·중개·인수·보증업무 등 단기금융 업무를 할 수 있게 돼 자금조달 여력이 커지게 된다. 이에 따른 초대형 IB들 간 경쟁으로 파생상품 수요도 함께 커질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헤지거래를 통해 파생상품 관련 손실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파생상품을 운용할 때 주식이나 선물옵션 등으로 헤지를 하게 되는데, 여기서 나온 이익들이 부서별로 산재해 있는 탓에 파생상품과 그 파생상품 헤지용으로 거래한 유가증권을 일대일로 매치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올해 2분기 파생상품 보유 부서에서 헤지 등으로 운용한 유가증권 관련 손익은 총 405억원 이익을 기록했고, 이런 부분을 모두 합해야 파생거래에 대한 실제 손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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