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집중된 수출 불안, 정부의 일회성 재정 집행에 따른 성장"
금리인상 놓고는 갑론을박…'금리 올릴수 있는 환경 갖춰 VS 성장불씨 꺼'
3분기 경제성장률 1.4%. 4분기 0% 성장만해도 3.1% 가능.
한국 경제가 받아든 3분기(7~9월) 경제성장률 성적표다. 7년 3개월만에 1.4%의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고, 4분기에는 0%대 성장만해도 3년만에 3%대 성장을 상회할 수 있게 됐다. 현재로서는 3%대 성장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추세적인 성장세를 이어갈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깜짝성장의 비결은 수출과 정부의 재정지출이 이끌었는데 일시적인 현상에 따른 성장일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서다.
한국은행도 이번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를 뛰어넘은 배경으로 수출이 10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이른바 '물량 밀어내기'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4분기에 진행되어야할 수출을 3분기에 미리 당겨 진행했다는 의미다.
또 정부가 집행한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도 이번 성장률에 반영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의료보험 급여 지출과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재정 지출을 지난 9월에 크게 늘렸다. 그럼에도 성장률 예상치가 기존 예상을 뛰어넘은 배경에는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건설과 설비투자가 오히려 상승추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2분기 0.3%에서 3분기 1.5%로 5배가 뛰어올랐다. 설비투자는 전분기에 비해서는 떨어졌지만 작년과 비교해서는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반짝 성장 우려…소비·고용 낮고 내수부진 여전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경제성장률이 반짝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세가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는데 무게를 뒀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성장이 그렇게 나쁜 상태는 아니지만 소비나 고용 등 내수 분야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3% 성장을 내년에도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안정적인 회복국면에 있어서 한국만 나빠지지는 않겠지만 3%는 아니더라도 2% 중후반과 3% 사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이번 성장률이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출증가와 추경에 따른 재정집행 등 지속적이지 않은 효과를 반영했기 때문에 꾸준한 성장세로 이어질지 여부는 지켜봐야한다"면서도 "세계적인 반도체 시장 호황 여파로 반도체 수출이 확대되고 있지만 언제 내려갈 지 알수 없고 재정지출도 일회성에 그치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년에는 성장률이 3%를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추를 두고 있다. 앞서 한은에서도 내년 전망을 2.9%로 잡은 상태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지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가 본격화되면 성장률이 주춤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이 좋다고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좋아진 것이 아니라 반도체와 화학, 자동차 등 일부 산업에 그쳤다"며 "내수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어서 성장세가 지속될지는 지켜봐야하지만 현재 국내 경제 기초체력을 보면 3% 성장은 다소 높아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경제성장률 높인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는 지난 9월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인 96억9000만 달러를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제품도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난만큼 대외적인 흐름에 따라 언제 수출이 꺾일지 알수 없는 상태다.
이종우 센터장은 "과거 반도체 산업의 변동성이 매우 심했던 것을 비춰볼때 반도체 산업의 급하강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내수시장이 여전히 뚜렷한 회복세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실제 민간소비는 3분기에 1%를 하회하는 0.7% 증가에 그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높은데 고령층의 취업률은 높아지는 등 고용의 질도 크게 저하된 상태다.
오정근 교수는 "성장률이 3% 이하로 내려가면 고용대란이 지속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부동산 냉각기와 소비투자 위축 등 성장률이 높아질 유인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리인상 놓고는 엇갈려…경기 불씨 꺼뜨려 VS 금리인상 환경 갖춰져
한은이 성장률을 높인데 이어 빠르면 내달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렸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실장은 "현재 기준금리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에 한번쯤 인상해도 경기가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한미간 금리 역전 이슈와 맞물리면서 한은도 기준금리를 한번더 올리는 것을 염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센터장은 "금리자체가 굉장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현재 성장률로 봐서는 금리인상 환경이 갖춰졌다고 본다"며 "연내 금리인상을 해도 경제적으로 부작용이 속출하는 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작다"고 진단했다.
주원 실장도 "현재 경제성장률이나 낮은 금리로 금리인상 환경은 갖쳐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정근 교수는 금리인상이 다소 이르다는 입장을 전했다. 단 한번의 금리인상이라도 최근 몇년간 다섯차례의 금리인하에 이어 16개월 이상 동결기조에 적응해온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파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섣부르게 금리를 올렸다가 몇년만에 회복된 경기 불씨를 꺼뜨릴 수 있고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본유출 여부를 지켜본 후 시행해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미국의 금리인상은 뚜렷한 경기회복에 기인한 것이지만 우리는 이제서야 조금씩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는데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렸다가 더 큰 경제적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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