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 시급과제 '김민재 파트너' 찾기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보여준 무실점 수비는 없었다.
스리백 카드를 내세워 수비진의 안정을 노렸지만, 대표팀 수비는 너무나도 허술했다. 아시아에서도 하위권인 카타르와 중국을 상대로도 무너지던 그때 그대로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8일(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VEB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와 친선경기에서 2-4로 패했다.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김주영이 자책골을 두 번이나 기록하는 등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손흥민과 권창훈 등이 출전한 공격진도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면서 참패를 피하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의 선택은 3-4-3 포메이션이었다. 최전방은 황의조에게 맡겼고, 손흥민과 권창훈이 측면 날개로 나섰다. 김영권과 이청용이 윙백으로 변신한 가운데 정우영과 구자철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권경원과 장현수 김주영이 스리백 수비를 책임졌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전막 막판 실점하기 전까지만 해도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공격 진영에서의 빠른 패스가 눈에 띄었고, 저돌적인 돌파와 과감한 슈팅도 인상적이었다.
전반 32분 절묘한 침투 패스를 받아낸 손흥민이 뒷공간을 뚫어내며 슈팅을 연결한 장면은 그간 대표팀에서 볼 수 없었다. 이 외에도 손흥민과 권창훈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 정우영의 전방 압박이 힘을 발휘하면서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문제는 급조된 수비였다. 장현수 혼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권경원, 10번째 A매치 경기에 나선 김주영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반 24분, 권경원과 김주영의 불안한 호흡이 위험지역에서 알렉산드르 코코린의 날카로운 슈팅으로 이어졌다. 4분 뒤에는 권경원의 불안한 볼 처리가 코코린과 김승규 골키퍼의 일대일 상황을 불러왔다.
세트피스 수비는 심각했다. 전반 44분,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를 따돌리고 좋은 위치를 선점한 표도르 스몰로프의 헤더에 우리 골망이 출렁였다. 지난 3월, 최종예선 중국(원정)전에서 내준 실점과 매우 흡사한, 변화 대신 약점을 그대로 간직한 대표팀이었다.
첫 실점 후 대표팀은 와르르 무너졌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구자철의 연이은 슈팅이 러시아 골문을 위협했지만 거기까지였다. 후반 9분, 러시아의 코너킥 상황에서 두 번째 실점을 내줬다. 코코린의 헤더가 김주영의 몸에 맞으면서 자책골이 됐다. 높고 느린 우리 크로스와는 다른, 낮고 빠른 날카로운 크로스에 속수무책이었다.
집중력을 잃은 대표팀은 1분 뒤, 추가 실점을 내줬다. 러시아의 패스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김주영이 발을 갖다 댄 것이 한국의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축구 경기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자책 멀티골’이었다.
수비진은 후반 37분에도 러시아의 빠른 역습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미란추크에게 네 번째 실점을 내줬다. 후반 41분 권경원의 헤더골과 추가 시간 지동원이 득점을 터뜨리며 영패를 모면했지만, 아쉬움을 숨길 수 없는 한판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꿈꾸는 공격 축구에 앞서 수비 안정이 시급하다. 지금 상태로는 역대 최악의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나마 중앙 수비는 조금 괜찮은 편이다. 지난 최종예선 마지막 2연전에서 김민재라는 보물을 발견했기 때문.
당시 김민재는 신인이라 볼 수 없는 강심장과 형님들을 뛰어넘는 경기력을 선보인 바 있다. 올 시즌 K리그에 데뷔한 선수지만, 실력만큼은 K리그를 넘어 대표팀에서도 최고임을 증명했다.
기성용의 파트너 찾기만큼이나 김민재의 짝을 찾는 일이 시급해졌다.
이날 출전한 권경원, 김주영, 장현수는 아쉬움만 가득했다. 장현수는 최종예선에서도 많은 기회를 받았지만, 만족스러운 경기를 보여준 적이 많지 않다. 김영권은 매 경기 불안해 안정감을 심어주지 못한 상태고,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신임을 받았던 김기희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홍정호는 장쑤 쑤닝에서 사실상 방출된 뒤 아직도 새로운 소속팀을 찾지 못한 상태.
소속팀에서 김민재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재성, 제주 유나이티드 안정적인 수비의 핵심인 오반석과 김원일, 권한진 등을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 공수 능력을 갖춘 풀백을 찾고, 골 넣는 데 힘을 더할 수 있는 스트라이커를 찾아야 하는 등 숙제가 많은 신태용 감독. 김민재만큼 믿음을 줄 수 있는 중앙 수비수를 찾는 과제도 시급해 보인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