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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노무현표 협치'...'특급의전·감성' 전략 대물림


입력 2017.09.28 15:53 수정 2017.09.28 15:58        이충재 기자

처음으로 '벙커' 공개하고 '안보 브리핑'...마음 녹여

참석 야당 '협치 반색'…"의미 있는 자리" 한 목소리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4당 대표를 초청해 만찬 회동을 하기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대표들과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청와대

#1: 2006년 4월 청와대 본관 앞.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불러 세웠다. '시간이 괜찮으면 산책을 하자'는 대통령의 제안에 제1야당 원내대표는 흔쾌히 응했다. 1시간 동안 대통령과 청와대 경내를 도는 동안 '정치적 얘기'는 한 토막도 없었다. 청와대 경내 곳곳에 얽힌 역사에 대해 대통령 브리핑 받았다.

#2: 27일 청와대 본관 앞.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대표 회동이 예정된 시각인 오후 7시 보다 10분 먼저 상춘재에 입장해 있었다. 문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와 만찬회동을 마친 직후 "벙커를 한 번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현직 대통령이 여야 대표에게 벙커를 개방하고, 안보 현안 브리핑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2006년 당시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극진한 대접'에 한동안 비판의 날을 세울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기자와 만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시간을 내서 단 둘이 산책을 하고, 인간적으로 가깝게 얘기를 했는데, 차마 직접적으로 비판은 못 하겠더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다시 10년이 흘러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표 협치'를 대물림했다. 대여투쟁을 선언한 야당을 청와대로 초청해 '특급의전'으로 마음을 녹인 노 전 대통령 특유의 감성 전략을 그대로 차용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27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만찬 회동을 마치고 청와대 '벙커'로 불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해 브리핑을 듣고 있다.ⓒ청와대

처음으로 '벙커' 공개하고 '안보 브리핑'…대통령의 '특급의전'

특히 문 대통령이 27일 여야대표와 함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를 함께 방문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언론에 공개되는 브리핑이나 사진도 제한적일 정도로 국가 안보 최고책임자만 접근 가능한 비밀스러운 장소다.

그만큼 한반도 안보위기에 야당의 초당적 협조를 구하려는 문 대통령의 절박한 심정이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 여소야대 현실과 마주한 문재인 정부는 어느때보다 야당과의 협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정기국회에서 야당과 관계설정은 향후 5년간 국정의 향배를 가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는 이날 오후 9시 14분쯤 위기관리센터에 입장해 20여분 간 머물렀다. 당초 예정에 없던 이 자리에선 국가안보실이 작성한 '대외비' 등을 포함한 한반도 안보 상황에 관한 브리핑이 이어졌다. 사실상 문 대통령이 야당을 위한 준비한 '깜짝 선물'이다.

현직 대통령이 행사장에 10분 먼저 도착해 있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나 넥타이 색상 선택까지 야당을 향한 '협치'의 정치적 메시지가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

회동참석 야당 '협치 반색'…한 목소리로 "의미 있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의 '노무현표 협치'는 통했던 것일까. 청와대 회동에 참석한 야당은 여권을 겨냥한 총구를 내리고 일제히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화답했다. 반면 전날 회담에 불참한 자유한국당은 '벙커쇼'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28일 "우리당이 최초 제안한대로 여야정의 정례적 합의체 구성 여지를 남긴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고, 바른정당도 "이례적으로 지하벙커라 불리는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를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함께 둘러본 점은 오늘날 안보에 대한 인식과 상황을 공유했다는 측면해서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이 홍 대표에게 전화해서 별도 회동을 하고, 앞으로는 다자회동보다는 단독회동을 자주 하길 기원한다"며 "문 대통령이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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