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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IB 수면아래 빚 13조 육박…최종구 경고 먹힐까


입력 2017.09.26 06:00 수정 2017.09.26 08:15        부광우 기자

5대 증권사 채무보증 12조7446억…1년 새 2조8345억 증가

자기자본 대비 50% 넘어…유사시 빚으로 돌변 가능성 내포

금융당국 감시 강화 방침에 최종구 쓴 소리까지…긴장 고조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성증권, KB증권의 올해 6월 말 기준 채무보증은 총 12조7446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9101억원) 대비 28.6%(2조8345억원) 증가했다. 채무보증은 말 그대로 다른 법인 등의 채무에 보증을 서준 것으로 당장 빚으로 잡히지는 않지만, 유사시 대규모 부채로 돌변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에 도전장을 낸 국내 5대 증권사들의 채무보증이 1년 새 3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13조원에 다가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무보증은 말 그대로 다른 법인 등의 채무에 보증을 서준 것으로 당장 빚으로 잡히지는 않지만, 유사시 대규모 부채로 돌변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이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기로 한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직접 쓴 소리를 내면서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한 증권사들을 둘러싼 긴장감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의 채무보증은 총 12조7446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9101억원) 대비 28.6%(2조8345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 합병법인으로 출범한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의 경우 지난해 액수는 합병 전 두 회사의 액수를 합해 계산했다.

채무보증은 신용이나 충분한 담보가 없는 개인과 법인이 차입을 할 때 신용이 있는 제 3자가 해당 채무에 대해 보증해 준 것을 의미한다. 만약 보증한 부분의 상환이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될 경우 채무보증을 한 기업이 채무를 대신 상환해야 한다.

회계 상 채무보증은 잠재적 부채인 우발부채로 분류되는 까닭에 당장 부채로는 잡히지 않는다. 즉, 금액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현재 회사의 재무 상태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채무보증은 증권사들의 우발부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발부채는 보증을 약속한 채무나 사업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 폭탄으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하면 채무보증을 선 회사는 모든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조사 대상 증권사들의 채무보증 금액은 이들의 자기자본(24조6267억원) 대비 51.8%에 이른다.

증권사 별로 보면 지난 6월 말 NH투자증권의 채무보증이 3조556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1년 전(2조7371억원)에 비해 29.9%(8189억원) 불어난 액수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대우가 2조1979억원에서 30.1%(6622억원) 증가한 2조8602억원의 채무보증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의 채무보증도 1조7208억원에서 2조6217억원으로 52.4%(9009억원) 늘었다. 이 같은 증가액은 해당 5개 증권사들 가운데 가장 큰 것이다. 삼성증권의 채무보증이 9939억원으로 가장 적었다. 다만 지난해 6월 말(1500억원)과 비교하면 562.6%(8439억원) 늘어난 것으로, 증가율은 가장 가팔랐다.

반면 KB증권만 이 기간 채무보증이 3조1043억원에서 2조7128억원으로 12.6%(3914억원) 줄며 유일하게 감소세를 보였다. KB증권의 경우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을 합병 출범한 이후 전략적으로 우발부채 감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같은 증권사들의 채무보증을 중심으로 한 우발부채에 더욱 시선이 쏠리고 있는 이유는 금융당국의 움직임 때문이다. 금감원은 최근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우발채무 위험지표 개발에 나섰다. 금감원은 내년부터 이 지표를 검사에 직접 활용할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최 위원장의 작심 발언에 증권가의 긴장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통상 증권사들의 채무보증은 대부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참여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런 형태의 증권사 영업에는 문제가 있다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증권사 채무보증 중 부동산 PF가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달 초 최 위원장은 향후 금융부분의 쇄신방향을 설명하기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벤처·창업 생태계를 선도해야 할 IB와 금융투자업계가 혁신기업 발굴·육성에는 소극적이고 부동산 PF 금융 위주의 보수적 영업 관행을 지속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IB를 찾아볼 수 없다는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부동산 PF를 IB 사업의 본질로 볼 수 없다는 최 위원장의 일침은 금융위의 초대형 IB 사업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5대 증권사들에게 더욱 아픈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달 초 대형 증권사들에 대한 현장실사를 마무리했고, 다음 달 중 초대형 IB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 증권사가 부동산 PF 투자를 확대하면 채무보증도 함께 늘어나기 마련인데, 최근 정부 금융당국의 기조 상 이 액수가 불어난 증권사들은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초대형 IB가 기업 육성이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부동산 투자 확대만 늘릴 것이라는 지적이 일치감치 나오는 상황에서, 해당 사업에 도전장을 낸 5개 증권사가 최 위원장의 발언에 느끼고 있는 긴장은 남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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