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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 신태용, 꼭 지금이어야 하나


입력 2017.09.08 07:39 수정 2017.09.08 09:31        데일리안 스포츠 = 김평호 기자

히딩크 전 감독, 한국 대표팀 복귀 가능성 거론

실패 가능성 높은 러시아, 신태용 경험 필요할 때

신태용 감독.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 때 잘 나갔던 ‘ㅊ’이라는 회사는 젊고 전도유망한 직원에게 다급하게 제안을 한 가지 한다. 지금 반드시 완성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담당자인 외국인 직원이 신통치 않고, 회사가 위기에 빠져 있으니 한 번 대신 맡아서 해달라는 제안이었다. 그러면서 회사는 이 직원에게 넌지시 당부한다.

“경쟁 회사가 4곳인데 일단 2등 안에만 들어주면 된다.”

과거 회사가 진행하던 두 차례 프로젝트에 책임을 맡아 아쉬운 성과를 남겼던 이 직원은 어려운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고 반드시 지지 않고 결과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바통을 이어 받은 직원은 생각보다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치며 위기에 빠졌다. 압도적인 1등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회사가 당초 원했던 2등의 자리를 지켜내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원하던 목표는 얻어 냈고, 같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부하 직원들에게 헹가래까지 받았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끝내고 돌아온 이 젊은 직원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회사에서는 인정을 받았지만 주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때 마침 한 때 회사의 영광을 이끌었던 외국인 직원이 회사로 돌아오고 싶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주주들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주주들은 젊은 직원에 대해 아직 경험도 적고, 검증도 부족하니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중책을 맡아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회사 측과 당사자 입장에서는 회사를 떠났던 인재가 민감한 시점에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 과연 이들의 앞날은 어떻게 전개될까.

국민들이 보고 싶었던 건 ‘승리’보다는 ‘희망’이었다

최종예선 2경기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선보인 대표팀.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전임 슈틸리케 감독과는 다를 것이라고 호언한 신태용 감독. 이란전 ‘유효슈팅 0개’라는 졸전을 펼친 뒤 우즈벡 전을 앞두고 그가 선언한 것은 ‘지지 않는 축구’였다.

결과적으로 신태용 감독은 실제로 우즈벡을 상대로 지지 않는 축구를 펼치는 데 성공했고, 1차적 목표였던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일궈냈다라고 하기 보다는 사실상 이란의 도움을 받은, 일각에서 언급되는 ‘월드컵 진출을 당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이면에는 10명으로 싸운 이란과 FIFA랭킹 64위의 약체 우즈벡의 골문을 시원하게 열지 못하고, 2경기 졸전을 펼쳤던 것이 현실이다.

만약 신태용 감독이 2경기를 통해 압도적인 경기력, 최소 전임 슈틸리케 감독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인상을 남겼다면 이렇게까지 팬심이 히딩크 감독을 원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한국이 최종예선에서 보여준 경기력이라면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희망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위기에 놓인 대표팀의 상황을 그냥 지켜볼 수 없어 불구덩이에 뛰어 들겠다는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모두가 알다시피 ‘제2의 홍명보’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지난 리우 올림픽과 U20 월드컵에서 소방수 역할을 맡았던 신태용 감독이 그래서 충분한 준비 시간과 여유를 갖고 월드컵을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때마침 한국에게는 위기를 당분간 끌어줄 ‘히딩크’라는 위인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미 실패 맛본 공격축구 또 하겠다고?

신태용 감독의 지지 않은 축구는 우즈벡전이 아니라 월드컵 본선에서 했어야 했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신태용 감독은 익히 알려진 대로 공격적인 축구를 지향하는 지도자다. 그의 공격적 스타일은 분명 축구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한 때 뜨거운 지지를 받기도 했다.

신 감독의 공격 축구에는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바로 지난 리우 올림픽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한일전 충격의 역전패와 U20 월드컵 16강 포르투갈전 패배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또 다시 공격 축구를 선언했다. 그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난 공격을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그것을 포기하면서 수비적으로 가서 공격이 잘 풀리지 않았다”며 “본선에서는 공격적으로 가면서 강팀하고 붙어도 투쟁력 있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경기 공격력 부진에 대한 질타를 만회하겠다는 호기는 좋으나 분명 신태용 감독은 맥을 잘못 짚고 있다.

공격 축구를 선언했다면 차라리 그나마 한국이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는 아시아권 팀들을 상대로 펼쳤어야 하고, 월드컵 본선에서는 강팀들을 상대로 지지 않는 축구를 구사했어야 했다.

냉정하게 한국의 현 전력은 월드컵 본선 진출국 32개 팀 가운데 32위에 속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리고 한국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31개 팀들은 적어도 우즈벡보다는 수비를 잘하는 팀일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한국이 월드컵을 치르는 러시아는 홈이 아닌 원정이다. 한국은 그간 원정에서 임한 8번의 월드컵에서 단 2승만을 거뒀다. 그만큼 월드컵에서 1승을 거두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익숙지 않은 환경에서의 승리라면 더욱 그렇다.

강팀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고 맞서겠다는 호기는 좋으나 우리의 실력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전술이 필요할 때인데 오히려 신태용 감독은 지난 U20 월드컵의 패인을 잊은 듯하다. 물론 월드컵 경험이 전무한 신 감독이라면 아직 상황 파악이 안됐을 수도 있다.

히딩크가 실패하더라도 신태용에게는 경험

히딩크 전 감독의 한국 대표팀 복귀 가능성을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 연합뉴스

공교롭게도 2002한일월드컵의 영웅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한국 대표팀 복귀설이 흘러나오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축구 팬들은 최근 대표팀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뤄내긴 했으나 졸전을 거듭하면서 러시아에서도 희망이 없다고 판단, 히딩크 감독이 내심 구원 투수로 활약해 주길 바라는 눈치다.

이는 신태용 감독에게도 나쁠 것이 없다.

‘히딩크 감독-신태용 수석’ 체제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신 감독 입장에서는 일단 수석 코치로 먼저 월드컵 무대를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설사 히딩크 감독이 러시아 월드컵에서 실패하더라도 신태용 감독에게는 소중한 경험이자 자산이 될 수 있다. 직접 현장에서 부딪치고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운 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대의(2022년 월드컵)를 도모하면 된다.

비단 이번 러시아 월드컵이 아니더라도 향후 한국 축구를 이끌 젊은 감독의 대표적인 선두 주자인 신태용 감독에게 아직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굳이 실패 가능성이 높은 러시아 월드컵에 목매일 필요는 없단 얘기다.

물론 이 역시 히딩크 감독이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 속에서 무의미한 논쟁이 될 수 있다. 다만 협회는 이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만 보일 것이 아니라 직접 히딩크 감독을 통해 의중을 확인하고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만약 히딩크 감독이 복귀 의사가 있다면 진지하고 심도 깊은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 첫 번째는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될 것이고, 두 번째는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어야만 한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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