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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결과만 내놓은 신태용호, 밀려오는 걱정


입력 2017.09.06 06:20 수정 2017.09.06 10:41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우즈벡과 최종전에서 비기며 월드컵 본선행

지금의 경기력이라면 러시아에서 굴욕 성적표

신태용 감독은 진짜 결과만 내놓았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국 축구가 천신만고 끝에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잡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타슈켄트의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과의 A조 10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4승 3무 3패(승점 15)를 기록한 한국은 이란이 시리아와 비기면서 순위 변동 없이 러시아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경기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강조된 경기였다. 막상 휘슬이 울리자 이와 같은 축구팬들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대표팀 경기력은 실망스러웠고 골이 터지지 않는 가운데 실점 또한 없어 90분의 시간이 그대로 흘렀다. 최소 무승부를 거둬야 한다는 1차 목표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난 뒤 곧바로 이란-시리아의 맞대결도 끝나며 한국의 본선행이 확정, 그제야 선수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고민되는 지금의 본선행 확정이다. 아시아에서도 고전한 현재 경기력으로 유럽, 남미 강호들이 총출동하는 월드컵에 나서면 최악의 결과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벌써 9회 연속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월드컵 도전사는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1986년, 1990년 세계 축구의 높은 수준을 절감한 채 무승부조차 결실이라고 평가하던 한국 축구는 1994년과 1998년 월드컵에서 조금씩 격차를 줄였고,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로 최고의 순간을 맛봤다.

이후 한국 축구를 보는 팬들의 눈높이는 달라져있었다. 월드컵 이후 몇몇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 진출했고,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단으로 한국 선수도 유럽 명문에 구단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자신감 또한 얻었다.

2002 멤버들이 현역에 있는 동안 한국 축구는 승승장구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원정 승리를 따냈고, 2010년에도 16강에 오르며 전성기가 유지됐다. 그러나 박지성, 이영표 등이 은퇴한 뒤 한국 축구의 침체기가 시작된다.

해외파와 국내파의 보이지 않는 간극, 여기에 대표팀을 지휘하는 사령탑들도 뚜렷한 철학과 색깔을 내지 못했다. 그리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병폐들이 모두 수면 위로 올라오며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이대로 가면 러시아 월드컵에서 망신살만 뻗치게 된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가대표팀은 클럽팀과 다르게 조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손발을 맞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색깔을 낼 수 있는 전략 또는 전술, 아니면 경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선수를 보유해야만 한다.

아쉽게도 한국 축구는 두 가지 모두 갖추지 못하고 있다. 슈틸리케 전 감독은 모호한 축구 철학을 앞세우다 경질의 길을 걸었고, 이제 막 2경기를 치른 신태용 감독은 상황에 맞지 않는 ‘실험 축구’로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뛰는 등 대표팀 내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이지만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에는 경기 흐름을 바꿀 선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단단하게 걸어잠궈야할 수비진도 매 경기 ‘중국화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 월드컵 본선 무대는 10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2월에는 운명을 가늠할 조 추첨 행사가 이뤄지며, 내년부터는 활발한 A매치로 마지막 담금질에 나서야 한다. 과연 한국 축구는 변화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망신 당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결과가 될 전망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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