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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실형]법조계 "'증거-증언 없이 묵시적 청탁?... 무리있다"'


입력 2017.08.27 09:36 수정 2017.08.27 11:16        이홍석 기자

대통령 강압 인정에도 뇌물죄 적용 무리

정부 뜻 거스르기 힘든 국내 경영상황서 이중적 잣대 지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 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데일리안
대통령 강압 인정에도 뇌물죄 적용 무리
정부 뜻 거스르기 힘든 국내 경영상황서 이중적 잣대 지적

징역 5년이 선고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를 놓고 법조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단어는 ‘묵시적 청탁’이다.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는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중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에 경영권 승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 부회장이 비선실세 최 씨에 대한 영향력을 사전에 서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묵시적 청탁’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정유라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고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한 대통령의 지원을 기대해 요구에 응했다는 것이다. 삼성이 최 씨가 실소유주인 코어스포츠와 맺은 용역계약도 최 씨의 존재를 사전에 인식했다는 근거로 작용했다.

하지만 묵시적 청탁이라는 용어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삼성은 청와대에 명시적으로 청탁을 하지 않았지만 묵시적으로 승계 작업 지원을 요청했고 그 대가로 지원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청탁이 ‘명시적’으로 이뤄졌다고 규정하지 못한 것은 이를 입증할만한 증거와 증언이 없었기 때문인데 박 전 대통령과의 이 부회장간 독대 등 정황증거만으로 묵시적 청탁을 통한 뇌물 혐의를 인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탁을 입증할만한 증거와 증언이 없는 상황에서 다소 모호한 의미인 묵시적 청탁으로 규정해 뇌물죄를 인정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며 “증거재판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의 강압적 요구가 있었음을 인정해 양형에 반영했음에도 뇌물죄를 적용한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묵시적청탁에 의한 뇌물죄를 인정하면서도 형을 경감한 양형 이유로 ‘대통령의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가 국내 경영 환경에서는 기업이 정부의 뜻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도 대통령의 강압적 요구를 기업의 청탁으로 보는 이중적인 자세를 취했다는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요구와 기업인의 청탁이 상치되는 부분이 있는 만큼 뇌물죄 인정 여부가 다시 쟁점이 될 것”이라며 “뇌물죄가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등 다른 혐의들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항소심에서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산국외도피죄에 대한 논란도 지속될 전망이다. 1심에서는 승마지원 명목으로 한국에서 독일로 흘러 들어간 총 금액은 72억원으로 이 중 용역거래로 위장해서 지급한 36억원(약 282만유로)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됐다.

이는 이 부회장의 형량이 다소 낮아지는데 기여했다. 재산국외도피죄에 대한 법정형은 도피금액이 5억~50억원 미만일 때 5년 이상, 50억원 이상 일때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해 상대적으로 작은 금액 차이에 따라 형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점과 뇌물·횡령 등 다른 죄목과 달리 법적 처벌 규정이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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