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 노출 ‘살충제 계란’ 사태, 소비자·업계 불신 상당해
“제도 없어 무너졌나” “CCTV관리는 누가” 실효성에 의문제기도
허점 노출 ‘살충제 계란’ 사태, 소비자·업계 불신 상당해
“제도 없어 무너졌나” “CCTV관리는 누가” 실효성에 의문제기도
“현재 쇠고기와 돼지고기에 시행하고 있는 축산물 이력제를 닭고기와 계란에도 앞으로 적용하겠습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준비와 시범사업을 거쳐 2019년부터 시행하겠습니다. 살충제로 사용되는 동물용 의약외품에 대한 유통기록도 의무화하겠습니다.”
3일간의 계란 대란을 겪으며 무너져 내린 양계 유통질서와 제도의 허점을 인식한 정부의 약속이다.
이 같은 약속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3일간 실시한 국내산 산란계 전수검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공언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투입될 인력과 예산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이에 닭과 가금류, 알 등 어마어마한 생산량에 대한 이력제가 현실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지적이 대두되자, 이미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제도이기 때문에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오히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을 겪으면서 시간을 두고 하려던 이력제를 앞당겨 최단기간에 도입해 내년에 시범사업을 거쳐 2019년 바로 도입할 계획이라면서 구체적인 계획이나 기술적 검토는 추후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해법 제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친환경인증관리기관에 대한 책임성 강화와 인증기관에 대한 철저한 관리, 친환경축산 기준 검토, 선진국형 동물복지 사육시스템으로 전환, 농장의 사육환경표시제도 도입, 축산농가 교육 및 홍보 강화 등 중요성이 파악된 만큼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할 여건을 만들겠다고 누차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이번 전수검사에서 논란을 부른 시료 채취 과정만 보더라도 AI를 겪은 농가들이 조류인플루엔자(AI)예방 차원이라며 공무원들의 시료 채취를 거부하고 농가에서 임의로 제출한 시료로 검사를 진행하다가 문제제기가 일자 재검사를 실시하고 그 과정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는 등의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AI사태로 인한 농가의 어려움과는 별개로 AI는 정부에서 지난달 28일로 심각단계에서 주의단계로 변경돼 사실상의 종식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도 농가의 거부로 인한 시료채취 불가는 책임회피나 다름없는 상황이라는 해석이다.
정부도 이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조사의 신뢰성이 재론된다면 즉시 재조사를 하는 한편, 부적절한 시료 수거행위에 대해서는 감사 실시와 문책, 제도개선을 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재발방지 방안과 제도개선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난 1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살충제 달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방안으로 밀집 축산 해소와 함께 농장에 CCTV를 설치해 축산안전을 실시간 점검하는 방안 등을 강구해달라고 농식품부에 주문했다.
게다가 이 총리는 “지난 6월 발생한 AI 바이러스보다 더 통제하기 쉬운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금주 안에 살충제 파동을 종료시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일파만파 커지는 살충제 계란 파장에 허둥대는 방역당국과 갖가지 관리부실이 터져 나오자 되려 소비자들의 불신도 팽배해진 것이다.
또 농장 CCTV 설치와 관련해서도 “현실성을 모르는 제안”이라는 업계의 비판을 불렀다. “CCTV 설치한다 하더라도 누가 관리 감독하며 그 예산은 어떻게 마련하는가”라는 등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자 농식품부는 즉답을 피했다.
정부는 이날 3일간의 전수검사를 통해 49개 농장을 ‘부적합’으로 판명했다. 이들 농가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 으름장을 놨다.
그러면서 축산물의 기준 규격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여부를 적극적으로 조사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정부의 이 같은 으름장에도 전수조사 검사과정의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계의 반발과 당국의 발표 오류에 따른 책임 등이 단호한 조처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벌써부터 회자된다.
특히 이번 검사에서 친환경 인증 농장이 다수 적발되면서 소비자들의 배신감은 컸다. 두 배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면서 안심 먹거리를 택했던 것인데 실상은 달랐기 때문이다.
제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소비자의 배신감이 해소되기엔 부족해 보인다. 민간에 위탁된 친환경 인증업체나 기관은 64개에 달했으며,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들 인증기관에 대한 패널티를 적용하기에 현실성이 어려움이 많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결국 제도가 없는 게 아니라 허점이 더 많다는 방증이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 또한 “문제는 어떤 제도가 아니고 운영하는 과정이 더 문제”라면서 “완벽한 제도는 없기 때문에 현재 시스템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 다른 제도하에서도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 장관은 국내산 계란 살충제 관련 총 1239개 농장을 검사한 결과, 49개 농장이 ‘부적합’으로 판정됐으며, 이중 닭에 사용이 금지돼 있는 피프로닐이 검출된 농장이 8개 농장이고, 그 외 비펜트린 37개, 플루페녹수론 2개, 에톤사졸 1개, 피리다벤 1개 농장이라고 밝혔다.
또 이 같은 검사 결과에 따라 부적합 판정을 받은 49개 농장의 모든 계란을 관계기관 통제 하에 폐기하고 있으며, 생산돼 유통 중인 달걀에 대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추적 조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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