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먹거리 안전 관리에 제빵‧외식업계 ‘초비상’
소비자들 “믿고 먹을 게 없다”…식품안전에 대한 불신 팽배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식품‧외식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당초 일부 농장만의 잘못으로 여겨졌던 사건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탓이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던 대형마트에서도 판매불가 계란이 발견되고, 일부 대기업이 판매한 제품도 안전하지 않다는 소식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믿고 먹을 게 하나도 없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에 계란 사용량이 많은 제빵업계부터 가공식품 기업들까지 전 유통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 계란 파동으로 상황이 가장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곳은 제빵업계다. 제과나 다른 가공식품의 경우 액상으로 된 액란을 사용하거나 수입산 제품을 사용하는 곳이 많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반면 제빵업계는 제품의 유통기한을 고려해 국내산 신선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SPC삼립이나 CJ푸드빌의 경우 하루 계란 사용량이 100여톤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사용량이 워낙 많다보니 재고량도 길어야 3일분 정도로 많지 않다. 두 브랜드 모두 정부 검사와는 별도로 자체적으로 안전성 검사를 실시해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지만 여전히 고민이 많다.
정부 조사 결과 문제가 없는 계란에 대해서는 판매가 재개돼 수급 불안정에 대한 우려는 그나마 적은 편이다. 최악의 경우 계란 사용량이 많은 카스테라나 일부 제품 생산을 줄여야 할 수도 있지만 이런 부분도 내부적으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계란 등 원재료 가격 상승도 악재지만 이마저도 내부적으로 손실을 감수하는 분위기다.
제빵업계 관계자는 “올해 조류인플루엔자 사태에 이어 이번 살충제 계란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이맘 때에 비해 계란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다”면서 “계란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은 대폭 올랐지만 사회 분위기 상 제품 가격은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손실을 입고 있지만 가맹점에 공급하는 재료가격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정부와 양계농장, 기업들의 발빠른 조치로 이번 사태를 잘 넘겼다고 해도 소비자들에게 생긴 먹거리에 대한 불신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이미 SNS와 모바일, 주요 커뮤니티 카페에서는 “이번에 문제가 된 계란 뿐만 아니라 믿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없다”는 불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아이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는 당분간 계란이 들어간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각 대형마트에는 반품이나 환불에 대한 요청이 빗발치고 있고 식품업계 고객상담센터에도 먹어도 되는 지를 묻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외식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계란 사용량이 많은 토스트, 햄버거, 김밥 등을 판매하는 경우 소비자들의 반응을 의식해 “문제가 없는 계란을 사용하고 있다”는 문구를 가게 정문에 붙여놓은 가게들이 크게 늘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수제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전 모씨(39세)는 “가게 인근에 학원가가 있어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과 함께 오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살충제 계란 사건이 이후 그런 손님들이 뚝 끊겼다”며 “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을 사용하고 있다고 문 앞에 써 붙였지만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사태가 빨리 진정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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