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미래의 교육을 꿈꾼다] ‘공교육 경쟁력’ 위해 도입한 외고·자사고…일부 우수학교 필요


입력 2017.08.18 17:02 수정 2017.08.18 17:23        이선민 기자

비평준고 쏠림현상·강남 8학군 부활 등 부작용 우려

22일 오전 서울 이화여고에서 자사고 학부모 연합회 관계자들이 자사고 폐지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평준고 쏠림현상·강남 8학군 부활 등 부작용 우려

문재인 정부는 외국어고등학교·자율형사립고등학교가 고교 서열화를 유발하고 과도한 입시경쟁을 부추긴다며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등을 폐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며, 일부 학생들과 학부모의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2019년부터 도내 10곳 외고·자사고를 단계적으로 모두 폐지하겠다고 밝혔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시교육감이 자사고와 특목고의 폐지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서울 23개 자사고 학부모들은 지난 6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방침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자학연)는 “자사고를 폐지하면 일반고가 살아난다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우리 아이들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내몰지 말라”고 호소했다.

서울지역 자사고 교장들 모임인 서울자사고연합회도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논리로 학교의 존폐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 자사고 폐지는 ‘강남 8학군 부활’, ‘하향 평준화’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 8월 15일에는 광주지역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자사고인 송원고가 최근 구두로 자사고 지정 취소를 요청하겠다는 뜻을 교육청에 전한 것이 알려졌다. 이로써 광주에서는 자사고가 사라지게 됐다.

자사고·외고·국제고가 학교서열화 심화?

자사고는 사립학교의 건학이념에 따라 교육과정, 학사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며 수월성 교육에 집중하는 학교이고, 외고는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 양성을 위해 전문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다. 국제고는 국제정치나 외교분야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을 교육 목적으로 하고 있다.

2016년을 기준으로 전국에 46개의 자사고, 31개의 외고, 7개의 국제고가 운영되고 있는 이 고등학교들은 전체 고교 중에서 2%내외의 학교형태다. 2001년 김대중정부에서 고교 평준화 정책으로 공교육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사교육이 팽창하면서 정부가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처음 도입됐으며, 이명박 정부의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로 확산됐다.

자사고와 외고의 폐지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주로 자사고가 학교교육을 통한 계층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전체 고교에서 학생 수 약 2%에 불과한 자사고에서 서울대 합격자의 18.7%를 배출하고, 외고, 국제고 및 과학고와 같은 특성화고교 출신의 입학생이 15.7%라는 것이다.

하지만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의 설명은 다르다. 양 교수는 “자사고나 외고의 학생 선발 방식은 내신성적과 상관없이 선지원후 추첨으로 선발을 하고 있다”며 “이런 선발방식은 엄밀한 의미에서 자사고에 학생선발권을 부여했다고 볼 수 없으며, 특정 우수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와 같은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우수학교의 형태를 인정하지 못하는 부분은 세계적인 추세인 학교 다양화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와 진보교육감의 경우에는 취임한지 한달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의 자사고 학생과 학부모의 피해는 상관없다는 태도로 자사고 존폐 논란을 유발했다”며 “이런 논란을 통해 남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과 직접적인 피해만이 남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모든 교육정책을 정치논리에 기반한 성급한 교육정책의 변화를 유도하기 보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직접적인 영향력을 고려해서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서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바람을 전했다.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열린 자사고 폐지 반대 집회를 마친 자사고 학생 학부모들이 '자사고 폐지 반대'와 공청회 개최를 주장하며 서울시 교육청을 향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반고에서 자사고·특목고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 충족 못해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학생들이 수요 충족에 대해 이야기 했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요구하는 학생들을 충족시켜 온 특목고, 자사고를 없애버리면 당장 일반고등학교에서 이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그는 “일반고에서 다양한 수업을 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자사고의 등장 이후 줄어든 조기유학붐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일반고에서는 모든 학생에게 적합한 교육이 필요하고, 외고·국제고에서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특목고의 입시위주 교육이 문제라면, 설립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보완·개선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자사고의 변질은 우리나라 고등학생에게 대학 외의 진로 선택권이 적기 때문에 일어났다. 사회 전반에 종합적인 병폐로 발생한 문제의 책임을 특목고·자사고에 돌려서는 근원적인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실제로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폐지 움직임에 고교 입학을 앞둔 학부모들의 관심은 비평준화지역 일반고로 빠르게 옮겨가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자사고‧외고 등이 일반고로 전환되면, 중학교 내신 성적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는 비평준고로 쏠림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선민 기자 (yeatsmi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선민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