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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넘친다더니...’이재용 재판, 증거재판주의 원칙 훼손 우려


입력 2017.08.14 08:57 수정 2017.08.14 09:40        김해원 기자

<이재용 운명은①>추측성 주장 난무한 특검...'부정적 이미지' 노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1심 재판이 5개월간의 열띤 공방을 끝내고 오는 25일 재판부의 판결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재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부회장.ⓒ데일리안
<이재용 운명은①>추측성 주장 난무한 특검... '부정적 이미지' 노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가리는 1심 재판이 5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오는 25일 선고공판만 남겨뒀다. 지난 3월 9일 첫 공판준비기일(총 3회)로 시작된 이번 재판은 지난 7일까지 152일 동안 총 55회의 정식 공판기일로 진행됐다. 그동안 매주 3~4회씩 진행된 재판에 등장한 증인들의 증언과 피고인의 진술, 이를 토대로 이뤄진 특검과 변호인단의 공방을 통해 증거재판주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편집자 주-

국내 최대 기업 총수와 그룹 최고위 임원들을 줄줄이 법정에 세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뇌물공여 혐의를 가리는 1심 재판이 5개월간의 심리를 마치고 이제 선고만을 앞두고 있다.

특검은 재판 내내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언이나 증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이 부회장 등 재판에 넘겨진 삼성 전 임원 5명 모두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증거재판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사법부의 성격상 특검의 구형량이 재판부의 선고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오는 25일 1심 선고에 법조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특검은 “이 사건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로 국민주권 원칙과 경제민주화라는 헌법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며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특검측은 이러한 구형 근거로 이 부회장이 직접 이익을 얻는데다 최종 의사결정권자임에도 범행을 전면 부인한다는 점을 들었다.

또 뇌물공여에 사용한 자금이 개인이 아닌 계열사 법인들의 자금이라는 점, 조직적으로 허위진술을 하는 등 법정형보다 낮은 구형을 할 사정을 찾기 어렵다는 점, 범행 중 재산국외도피죄의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상인 점 등도 이유로 들었다.

특검은 “그룹 차원의 뇌물 사건에서 가장 입증이 어려운 부분은 돈을 건네준 사실과 총수 가담 사실"이라며 "이 사건은 300억 원을 준 사실과 총수 독대 및 자금 지원 지시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반면 삼성 측 변호인단은 특검이 견강부회식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주장과 달리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을 뒤집을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삼성=피해자'란 점을 강조했다.

송우철 변호사는 “대통령 요청이 아니라 최순실 강요 때문이었다"며 "강요나 사기 사건이 될 순 있지만 대통령 뇌물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도 최후 진술에서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서민들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개인적인 욕심을 내겠나"며 "(그것에 대한) 오해가 풀리지 않는다면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대한민국 헌법 제 27조 제 4항이 명시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사소송법 제 307조가 선언하고 있는 증거재판주의 원칙이 훼손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검이 재판 전 수사 과정에서부터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공언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언과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직접증거 없이 정황증거만으로 뇌물죄를 주장하고 있어 증거재판주의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또 공소장에는 범죄 사실과는 관계없는 이 부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한 과거의 사실이 다수 기재 돼 있다.

특히 에버랜드 사건은 공소장 일본주의(공소장 외 기타 서류나 증거물은 첨부 및 제출해서는 안 된다) 원칙을 위배해 본질과 무관한 부정적 이미지 추락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재판부가 무죄추정의 원칙과 공소 사실에 대한 합리적인 증명을 통한 증거재판 원칙을 따라 판결해야 할 것"이라며 "부정적 이미지나 추측만으로 판결하게 된다면 안 좋은 선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뇌물을 줬다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무죄의 추정을 번복할만한 실질적인 증거가 없다"며 "특히 에버랜드 사건을 추가한 것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기위한 것으로 공소장 일본주의 원칙훼손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1심 재판 선고는 오는 25일 오후 열릴 예정이다. 선고 결과는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법원은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안인 만큼 선고일 생중계 허용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김해원 기자 (lemir050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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