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설계사들에게 외면?…성장 출구 '안갯속'
교차설계사 비중 8%…국내 손보사들 중 한 자릿수 대 유일
현장 판매 조직서 선택 못 받는 현실…상품 매력 어필 실패?
여전히 대면채널 절대적인 국내 보험시장…점유율 답보 계속
롯데손해보험의 교차모집 설계사 비중이 다른 손해보험사들에 비해 눈에 띄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사나 생명보험사 중 한 곳에 소속돼 있으면서 상대 업권의 특정 보험사 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교차설계사가 적다는 것은 그 만큼 현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보험 시장에서 여전히 설계사 조직이 영업의 중심인 상황에서 롯데손보가 굴지의 대기업 브랜드를 달고도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란 해석이다.
14일 손해보험협회의 월간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외국계를 제외한 국내 10개 일반손보사에 등록된 설계사 16만6083명 가운데 교차설계사는 8만4365명으로 50.8%를 차지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손보사 설계사들 중 절반 이상은 생보사에 소속돼 있으면서 손보사 상품을 팔기 위해 교차 등록한 인원들인 셈이다. 시험을 보고 일정 자격을 취득한 생보사 설계사는 손보사 중 한 곳을 택해 교차설계사로 등록하면 해당 회사의 상품을 팔 수 있다. 손보사 설계사도 마찬가지로 생보사를 택해 교차설계사로 등록할 수 있다.
손보사별로 보면 롯데손보의 교차설계사가 유독 적었다. 교차설계사 비율이 한 자릿수 대에 머문 유일한 사례였다. 롯데손보에 등록한 교차설계사는 153명으로 전체 설계사(1912명) 중 8.0%에 그쳤다.
다른 손보사들은 적어도 교체설계사 비중이 20%는 넘었다. 롯데손보 다음으로 낮은 비율을 기록한 흥국화재의 경우, 전체 설계사 4124명 가운데 26.6%인 1095명이 교차설계사였다. 그 다음은 MG손해보험으로, 총 1724명의 설계사 중 교차설계사가 27.7%(477명)를 차지했다.
이밖에 손보사들의 교차모집 설계사 비중은 ▲KB손해보험 37.6% ▲메리츠화재 39.7% ▲동부화재 42.8% ▲현대해상 43.8% ▲삼성화재 53.4% ▲NH농협손해보험 54.2% ▲한화손해보험 75.1% 등 순이었다.
생보사 설계사들이 손보사에 교차 등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영업이 쉬운 측면이 있어서다. 별다른 미끼 없이 영업에 나서야 하는 생명보험에 비해,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 등을 포함한 손보사 상품들은 좀 더 고객에 접근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생보사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를 활용해 고객 군을 넓혀 놓으면 아무래도 본업인 생명보험 상품 영업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결국 롯데손보처럼 교차설계사가 적다는 것은 해당 보험사의 상품에 대해 현장 설계사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다양한 판매 채널이 발달하고는 있지만, 국내 보험 시장에서 설계사 조직은 여전히 핵심 영업망이라는 점이다. 즉, 롯데손보가 설계사들로부터 눈도장을 받지 못하는 한, 회사의 성장도 요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조사 대상 손보사들의 올해 1~4월 원수보험료 26조794억원 가운데 설계사 모집이 차지한 액수는 28.3%에 해당하는 7조3792억원이었다. 이는 45.8%(11조9370억원)를 기록한 대리점 채널 다음으로 높은 비중이다. 대리점 판매망 역시 최근 급성장 중인 독립법인대리점(GA) 등의 형태로 특정 보험사에 소속돼 있지 않을 뿐, 대면 판매채널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설계사 조직과 궤를 같이한다.
그런데 롯데손보의 경우 같은 기간 원수보험료 1조896억원 중 설계사를 통해 나온 금액은 14.3%(1559억원)로, 손보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는 경쟁사들에 비해 롯데손보 설계사 판매채널의 힘이 떨어짐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한계 때문인지 롯데손보의 시장점유율은 몇 년째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더욱이 올해 들어서는 그나마 유지해오던 3% 대의 벽마저 무너질 위기다.
외국계 손보사를 포함한 국내 15개 손보사들의 올해 4월까지 원수보험료는 총 19조2177억원이었다. 이 중 롯데손보는 2.94%를 차지하며 9위에 머물렀다. 이 같은 원수보험료를 기준으로 롯데손보의 최근 3년 간 손보업계 시장점유율은 ▲2014년 3.00% ▲2015년 3.03% ▲2016년 3.00% 등이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등을 통한 새로운 판매 채널이 등장하고 있긴 하지만, 국내 보험 시장에서 설계사를 중심으로 한 대면 채널과 그 규모를 비교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특수한 형태가 아닌 이상 결국 현장 설계사 조직의 영업 능력을 얼마나 키우느냐가 보험사 성장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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