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초대형IB 급제동
대주주 적격성 암초로 금융당국 심사보류 통보 조치
IB 준비인력 커지는 동요, 시장선점 효과 상실 우려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준비하던 삼성증권이 대주주 적격성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삼성증권은 자격요건을 갖춘만큼 나머지 부분을 준비해 초대형IB사업에 차질이 없게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인력 유출 우려와 선점 효과 상실 등 업계는 사실상 삼성증권의 초대형 IB가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삼성증권은 지난달 금융 당국에 신청한 발행어음 사업 인가와 관련해 심사 보류 통보를 받은 사실을 공시했다. 발행어음 사업은 자기자본의 200% 한도내에서 자기 어음을 발행하고 조달 자금을 기업금융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초대형 IB의 핵심 사업이다. 삼성증권의 자기자본은 4조1000억원으로 약 8조원 이상의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현재 진행 중인 대주주의 재판'을 보류 사유로 내걸었다. 재판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증권의 대주주인 삼성생명(29.39% 3월 기준)의 지분 0.06% 보유하고 있는데다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인 이건희 회장의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에 삼성증권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주주라고 본 것이다.
삼성증권 측은 이와 관련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혹스러운 상황이지만 하루 빨리 인가가 나오길 바란다. 발행어음 사업은 인가의 문제가 있지만, 다른 부분은 차질 없다"며 초대형 IB사업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업계 '삼성증권 초대형IB 물 건너 간 것 아니냐'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의 초대형 IB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자체가 고도의 정치적인 사안일 뿐만 아니라, 이 부회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항소와 상고를 거치며 지리한 법리 싸움을 하는 동안 경쟁 업체들은 시장을 몇 년 이상 앞서나가게 되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사실과 지분 구조는 모두가 다 알고있는 사실인데 이제와서 내린 금융 당국의 통보는 정치적인 냄새가 많이 난다"면서 "사실상 인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아직 시작을 '안한 것'과 시작은 했지만 '안된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삼성증권은 이미 이번 보류로 업계에서 잃은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차라리 시작을 안한 문제였다면 단순한 후발주자로 나중에라도 도전할 수 있었겠지만, 시장에 '하자'가 있는 모양새가 되면서 불안감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업계에 이 같은 '불가론'이 돌기 시작하면서 이와 맞물려 초대형IB 인력들의 '삼성증권 엑소더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철저하게 성과에 따라 대우받고 오히려 피고용자가 계약직을 선호하는 업계 특성이 반영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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