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100일] 현실괴리·오락가락 안보정책…"안보 혼선"
역대급 안보위기…"사드 전면 배치·대북정책 재검토"
'코리아패싱' 현실화?…"국민들에게 안보 불안감 높여"
역대급 안보위기…"사드 전면 배치·대북정책 재검토"
'코리아패싱' 현실화?…"국민들에게 안보 불안감 높여"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일주일에 한 번꼴로 탄도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까지 벌써 7번째다. 이처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안보 정세가 격랑에 휩싸인 가운데, 정부가 사드 배치 문제나 대북 정책 기조 등 중대한 안보사안을 두고 뚜렷한 노선을 설정하지 못하면서 안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드 임시배치…청와대는 '오락가락' 국방장관은 '횡성수설'
최근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사드 배치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대응조치로 사드 발사대 4기의 '임시배치'를 지시했다. 앞서 통상 1년 정도 소요되는 사드 부지에 대한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사실상 연내 배치가 어려울 것이라던 사드의 운명이 북한 미사일 발사로 하루도 안 돼 뒤바뀐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사드 부지에 대한 일반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당일 밤 북한의 도발에 따라 사드 임시 배치를 조속히 결정하며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임시배치'의 의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혼란은 더 가중됐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사드의 임시배치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 우선 배치한 후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고 횡설수설한 발언을 해 뭇매를 맞았다. 송 장관의 발언은 자칫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사드 배치를 철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돼 논란을 빚었다. 또 사드 배치 지역을 옮길 수도 있다는 폭탄 발언도 나왔다. 국방부는 뒤늦게서야 "경북 성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 아닌, 성주 기지 안에서 위치가 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는 급박한 위기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방어용 무기를 두고 정부가 몇 차례 입장 변화를 보이면서 말바꾸기 논란이 확대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 사드 전면 배치를 촉구하고 나섰고, 국방부는 임시배치가 전면배치의 연장선상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정부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사이 사드 배치의 결정권은 사실상 정부의 손을 떠난 형국이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 여부와 관련 "미국 측과 배치 절차, 준비 사항 등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휴가에 안보도 휴가중"…'코리아패싱' 등 안보불안감 확대
북한 도발 등 위중한 긴장상황에서 대통령이 휴가를 떠난 것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연이어 전개되는 상황에서 국군 최고통수권자가 한가롭게 휴가를 떠났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가운데 청와대가 대통령 휴가 이후 한미정상간 통화를 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해명하면서 논란은 더 확대됐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 한반도 주변국들과의 대북제재방안 논의를 뒤로 하고 휴가를 떠나면서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 논쟁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와 야권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자유한국당은 "한반도 빅딜설, 심지어 8월 위기설이 국제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대통령은 아무런 존재감이 없다"며,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석 주도권'을 거론해 "운전석에는 미국과 중국이 앉아있고, 조수석도 뺏겨 뒷자리에 앉아 남일 보듯 하는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도 "문 대통령이 휴가 중에는 동맹국 대통령과 통화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인지, 시도조차 안 했는지 국민은 불안하다"며 "문 대통령의 휴가에 안보마저 휴가를 떠나는 무개념 안보의식이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역시 "지금이야말로 최대 위기인데, 문 대통령은 휴가를 줄일 수조차 없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코리아 패싱, 대한민국 왕따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청와대는 "이미 한미 간 거의 매일 단위로 충분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고, 문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 전화를 안 했다고 해서 '코리아 패싱'이라고 하는 건 합당치 않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긴급하게 필요한 조치들은 이미 다 취했다"면서 "대통령이 휴가지에 있어도 군 지휘부와 대화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해놔서 안보에 빈틈이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8월 위기설'이 고조되는 현실 속 국가안보의 최고 수장인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고 휴가지 사진을 SNS에 공개하면서 '안보불감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대됐다.
안보위기상황, 대화·제재 무게중심 주목…"대북정책 전환" 주장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도 논란의 대상이다. 앞서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통일·외교·안보를 아우르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주요 방향은 △강한 안보와 책임 국방 △남북 간 화해협력과 한반도 비핵화로,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안보 파고에 직면하며 국방 분야를 핵심 과제로 내세우는 한편,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구축에 주력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한반도 안보 위기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대화'와 '제재' 속 뚜렷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면서 안보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실제 북한은 '베를린 구상' 등 우리 측의 대북 대화 제의 등에 미사일 도발로 답해왔다. 현 정부가 어느 때보다 북한에 대화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반도 위기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 형국이다. 지금까지 경험을 비춰볼 때도 북한은 자체적 핵·미사일 개발 시간표대로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북한이 도발을 이어가는 상황에서는 '대화'에서 '제재'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북한의 도발 패턴만 봐도 대화 의지가 전혀 없는 상대와 대화해 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허공의 메아리'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북핵문제를 대화로 풀겠다는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앞서 당분간은 대화보다는 제재에 방점을 찍는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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