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도 LTV 40%규제…틈새에 낀 맞벌이 부부들 피해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아파트 집단대출에도 LTV 40% 적용
실수요자 규제 완화 혜택…평균 소득의 맞벌이 부부 현실 반영 못해
#."갑자기 1억원 넘는 돈은 또 어떻게 마련해야 할 지 막막합니다. 올해 처음으로 신규 분양을 받으려고 겨우 자금 계획을 세웠는데 갑자기 대출한도를 줄여버리니 어떻게 해야 할 지...주택담보대출로도 부족하면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까지 더 받아야 하는데 이러면 총 금융이자가 올라서, 결국 월세 내고 사는 것과도 큰 차이도 없을 것 같아요. 모아둔 돈 없으면 사실상 월세 살라는 건지..."(서울 영등포구 거주 37세 김모씨)
투기세력과 집값 급등을 잡기 위한 역대급 초고강도 부동산 규제 '8.2 대책'의 여파가 크다. 올해 당장 내집 마련을 계획했던 맞벌이 부부 역시 이번 대책으로 혼란에 빠졌다. 그간 모아둔 자산은 적어도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대출 폭이 확 줄어들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8.2부동산 대책을 통해 이달 중순부터 서울 전역 등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에 대해 금융대출(LTV·DTI)을 일제히 강화한다. 주택유형, 대출만기, 대출금액 등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40%로 낮추기로 한 것. 특히 기존 재고 아파트의 담보대출은 물론 신규 분양 단지의 집단대출(중도금 및 잔금대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정부는 이들 지역의 실수요자 내집 마련 지원을 위해 조금의 숨통은 터놓았다. 무주택자 가운데 부부합산 소득이 6000만원(생애최초구입자는 7000만원) 이하의 가구가 6억원 이하의 주택(조정대상지역은 5억원)을 구매할 경우 LTV·DTI를 10%p 완화해 50%를 적용하기로 한 것.
그러나 김씨의 사례처럼 만약 부부합산 연간 소득이 7000만원이 넘는 경우 완화 혜택을 받지 못해 마련해야 할 자금 압박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예컨대 서울에서 7억원의 아파트를 매입한다면 대출한도가 종전 4억2000만원(LTV 60%)에서 2억8000만원(LTV 40%)으로 1억4000만원이나 확 줄어들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6·19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 7개시, 부산 7개구, 세종시 등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뒤 LTV·DTI를 종전보다 10%포인트 낮춘 각각 60%·50%로 강화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자 이번 8·2대책을 통해 추가로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역을 지정하고, 이들 지역의 LTV와 DTI는 일괄 40%로 낮췄다.
그러나 정부가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데 집중한 탓에 실질적인 구매계층인 30~40대 맞벌이 부부들의 구매력까지 억눌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보유자산은 많지 않지만 소득이 높아 대출상환 능력이 충분한 맞벌이 부부들까지 사실상 '투기수요'로 분류돼 대출 규제를 받게 됐다는 지적이다.
김씨는 "이번 대책으로 대출 상환능력이 뛰어난 부부보다 오히려 상환능력이 우려되는 부부가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게 됐다"면서 "대학 졸업하고 내집마련을 위해 종잣돈을 1억원 넘게 모을 정도의 기간을 고려하면 현재 부부합산 소득이 7000만원은 넘길텐데...전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성토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 소득 기준 맞벌이 근로자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7627만원으로 집계됐다. 집계치로만 보면 실수요자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평균 소득에 해당하는 맞벌이 부부들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씨의 경우처럼 새로 주택을 분양 받으려는 가구 뿐 아니라 최근 투기지역에서 분양계약을 진행한 단지에도 이같은 규제가 가해져 적잖은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대책 발표 이전에 분양계약을 했더라도 시행·시공사와 은행간의 중도금 대출 계약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LTV가 60%가 아니라 40%로 적용돼서다.
당초 정부는 이번 8.2대책에서 중도금 대출에 대한 규제(LTV 40%)는 대책 발표 다음날인 3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분양 사업장부터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11개구는 과거에 만든 투기지역 중도금 대출규제(LTV 40%)가 곧바로 적용돼 혼란이 가중됐다.
통상 분양 계약 후 시행·시공사와 은행간의 중도금 대출 협약까지는 2~3개월이 걸린다. 이에 지난 6월 이후 서울 11개 구에서 분양한 일부 단지는 LTV 규제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단 제외 대상으로 수분양자 가운데 투기지역 지정일 기준 무주택세대는 LTV 60% 적용이 가능하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이번 정부 정책으로 평균 소득의 평범한 실수요자들마저 투기수요로 분류돼 똑같이 금융규제를 받게 됐다"면서 "정부는 집값 급등을 잡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대출을 줄이겠다는 논리인데, 이 과정에서 중간에 낀 실수요자들은 피해를 보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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