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합의, 기업 투자 유치 등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문제 많아
단기간에 효과 보기 어려워…일자리 확대 위한 새로운 모델 발굴에 의미
전국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지역특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광주형 모델' 확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광주형 모델의 핵심은 급여 수준을 낮춰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을 낮추고 투자 확대를 유도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 하지만 문 정부의 내각 구성이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늦을 정도로 지연되고 있는 데다 잇따른 북한의 도발 등 바쁘게 돌아가는 국내외 환경으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광주형 모델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장기간 노사 양측의 이해와 합의가 바탕이 돼야 하는 만큼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특화 일자리 창출 사업도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가장 챙긴 것은 일자리위원회의 구성이었다. 문 대통령 본인이 직접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관계부처 장관 등 당연직 15명과 민간위촉직 15명 등 총 30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했다. 청와대에는 일자리수석이라는 새로운 직급이 만들어졌고 대통령 집무실에는 일자리상황판이 설치됐다.
일자리위원회는 지난 6월1일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발표했던 ‘일자리 100일 플랜’이 토대가 됐다.
그는 후보 시절인 지난 4월17일 대구 성서공단 내 삼보모터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일자리 100일 플랜’을 발표하고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지역맞춤형 일자리와 지역산업 클러스터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일자리위원회가 발표한 일자리 100일 계획에 따르면 이달 중 노사상생형 일자리 모델(광주형 모델) 확산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적기에 추진하기 위해 지역 노사민정협의회 등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고용생태계 개선을 위해 시도별 지역 클러스터 조성계획 마련, 혁신산단 지정,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상한 인상 등 지역산업 클러스터 활성화 방안과 산업‧지역단위 일자리 실천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일자리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11월 세부과제를 마련하고 내년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광주형 모델을 확산시키기 위한 당근도 마련한다. 수도권 소재 기업본사를 지방이전으로 이전할 경우 이전 인원이 많은 기업일수록 혜택이 커지도록 세제지원 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본사를 지방으로 옮길 경우 법인세를 7년간 100%, 이후 3년간 50% 감면해주고 있다.
정부가 육성하려는 광주형 모델은 윤장현 광주시장이 처음 제안했다. 광주시가 자동차 100만 대 생산기지 조성사업을 통해 현대·기아차의 생산라인을 유치하고 연봉 4000만원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평균연봉 1억원 대비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해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지역 사회는 일자리가 늘어나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우선은 기아차 노조와 사측의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사측은 생산설비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노조의 경우 기아차 노조뿐만 아니라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와 민주노총까지 설득을 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노동시간 단축 등 사안을 놓고 정부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노조 설득 과정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게 재계의 중론이다.
기아차 등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 여부도 관건이다. 기아차를 비롯해 다수의 제조업 기반 기업들은 국내의 높은 인건비를 피해 해외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추세다.
해외에 생산기지를 둘 경우 국가 간 통상 마찰을 피할 수 있고 현지 시장 공략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업에 추가 투자를 유도할 만한 혜택이나 지원책 등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현대차그룹의 경우 울산 공장에서도 일부 남는 설비와 인력이 있어 광주에 추가로 설비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광주형 모델이 실제로 정착되기까지는 노사 간 합의 등 사회적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기업의 참여와 투자 또한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다만 일자리 창출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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