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소년' 음바페, 무한 기대에 대한 우려
AS 모나코 아카데미서 축구를 시작해 2015-16시즌 16세에 프로 데뷔한 킬리안 음바페(18·프랑스).
앳된 모습을 지워내지 못한 탓에 보여준 것은 적었지만 재능은 확실했다. 수비수를 멀찌감치 따돌리는 스피드, 자유자재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드리블 능력, 2016년 2월 데뷔골 장면이 증명하듯 강심장과 결정력이 있었다.
음바페는 일찌감치 프로 경험을 쌓으며, 또래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출전 티켓이 걸렸던 유럽 예선에서 프랑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7골(8경기)을 뽑았다. ‘전설’ 티에리 앙리와 비교됐고, 레알 마드리드와 아스널 등 빅클럽의 눈길도 사로잡았다.
본격적인 성인 무대 도전을 알린 2016-17시즌. 음바페는 로테이션 자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전반기 리그 18경기(선발8)에서 7골 5도움을 기록했고,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UCL)에도 3경기 교체 출전해 팀의 16강 진출에 힘을 더했다.
음바페의 재능이 폭발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2월 22일 UCL 16강 맨체스터 시티 원정 경기다. 음바페는 생에 첫 ‘꿈의 무대’ 선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UCL 우승을 노리는 맨시티 수비진을 마음껏 휘저으며 골까지 터뜨렸다. 상대 수비의 시선을 끌어주면서, 라다멜 팔카오의 멀티골을 돕기도 했다.
이때부터 음바페는 세계 최고의 유망주가 아닌 선수를 향해 나아갔다. 모나코의 확실한 주전으로 발돋움했고, UCL 준결승 진출에도 앞장섰다. 레알 마드리드와 결승전에서 맞붙기 전까지 필드골 실점이 0이었던 유벤투스의 수비를 뚫어낸 것도 음바페였다. 리그 29경기(선발 17) 출전 15골 8도움, UCL 9경기(선발 6) 출전 6골.
올여름 2억 2200만 유로(한화 약 2964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기록하며 바르셀로나를 떠나 파리 생제르맹에 자리 잡은 네이마르. 대체자로 음바페가 떠오르는 것은 당연했다. 이전부터 큰 관심을 드러낸 아스널과 레알에 이어 바르셀로나까지 음바페 쟁탈전에 가세, 그의 영입에는 최소 1000억 원 이상의 금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8세 소년 음바페가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는 네이마르나 가레스 베일의 대체자가 될 수 있을까. 세계 축구팬들의 기대대로라면, 음바페는 앙리의 선수 시절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이 확실하다.
우려스럽다. 음바페가 재능을 폭발시킨 것은 지난 2월부터였다. 2016-17시즌의 절반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뽐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오며 재능을 폭발시킨 것이라 볼 수도 있지만, 꾸준함에서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음바페는 더 보여줘야 한다. 세계적인 선수의 기량을 보여준 기간이 너무 짧다. ‘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리오넬 메시처럼 꾸준함도 입증해야 한다.
프랑스 리그앙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은 수준 차이도 있다. 리그앙도 훌륭하지만, 경기 속도나 몸싸움, 기술 등에서 차이가 크다. 음바페가 UCL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지만, 더 높은 수준의 리그에서 폭발적인 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네덜란드 리그를 평정하고 EPL에 도전했던 멤피스 데파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뛰어넘는 스트라이커가 될 줄 알았던 마리오 발로텔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동화 같은 데뷔전을 치렀던 17세 소년 페데리코 마체다 등 짧은 기간에 음바페 못지않은 재능을 뽐낸 이들은 수없이 많았다.
돈의 가치를 우습게 만드는 유럽 축구 이적 시장에 따라 음바페에게 너무 큰 부담을 안겨서는 안 된다. 세계 축구팬들의 무한한 관심도 독이 될 수 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왔듯이, 자신의 능력에 꾸준함을 더하는 것이다. 세계의 재능에게 필요한 것은 1000억 원이 넘는 몸값과 무한한 기대가 아닌 10대 소년의 성장을 지켜보는 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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