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된 오피스텔 분양 시장, ‘1박2일’ 밤샘 청약까지
현장접수·투기조장에 대한 비난 여전
“1박2일, 정말 말 그대로 밤샘 청약이다. 이미 현장접수를 받기 시작한 전날 저녁 10시부터 사람들이 돗자리와 간이 의자 등을 가져와 청약 순서를 기다렸다. 곳곳에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에서도 대신 줄을 서서 대리청약을 해주기도 하는 것 같다. 대리 청약 수수료로 1인당 10만원을 받는 눈치다.”(서울 도봉구에서 온 청약 신청자 A씨)
6.19부동산대책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오피스텔은 폭염과 장마에도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현대건설이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신도시에 짓는 ‘힐스테이트 송도 더 테라스’ 견본주택에는 청약 신청을 위해 하루 반나절을 야외에서 줄 서있는 진풍경이 계속됐다.
25일 현장 청약 접수가 마감되는 ‘힐스테이트 송도 더 테라스’에는 폭염주의보 안내 문자에도 청약 신청을 위한 대기 줄이 오전부터 견본주택 주변으로 두 바퀴나 늘어서 있는 상태다. 전날 기준 이미 청약 신청자만 5만7000여명이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6.19대책으로 서울 전 지역과 경기 일부 지역 등이 사실상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면서 규제 대책에서 제외된 오피스텔로 시중의 투자자금 쏠림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한 사람이 여러 구좌로 신청이 가능한데다 당첨이 되면 바로 전매도 가능하다. 보통 계약금 100만원만 있으면 청약을 통해 계약 즉시 분양권을 거래할 수 있어 소위 ‘단타족’이 몰리는 원인으로 지적돼 오기도 했다.
‘힐스테이트 송도 더 테라스’ 역시 계약금은 100만원으로, 현금이 없어도 신용카드인 현대카드로 결제가 가능하다. 또 2784실에 이르는 대단지라 6개 군으로 나눠지면서 1인당 최대 6곳을 넣을 수 있다. 1인당 10명까지 대리 신청도 가능해 한 사람이 최대 60실까지 청약을 넣을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오피스텔 청약에 대한 낮은 진입장벽이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 만 명의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거의 하루가 넘게 걸리는 현장접수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송도동에 한 공인중개사는 “청약경쟁률이 수백 대 1, 수십 대 1이 나온다는 것은 실수요자보다 투자수요로 봐야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벌써 적게는 500만원에서 바다가 보이는 곳은 1000만원 이상 웃돈이 붙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사실상 이렇게 2000실 넘어가는 대단지 오피스텔은 인터넷 청약을 하는 것이 맞다”며 “수 만 명이 몰리는 데 일일이 현장에서 접수를 받다 보니 이렇게 더운 날 현장에서 안전사고에 대한 염려도 있고, 일처리를 사람이 하다 보니 누락되는 등의 오류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 하남 미사강변신도시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미사역(2024실)’에는 현장접수로 9만1771명이 몰리면서 서류 확인 작업이 늦어져 당첨자 발표가 연기됐고, 청약금 환불도 한 달 여 이상이 걸려 청약 신청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이러한 오피스텔 현장접수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최근 국토교통부는 오피스텔 청약을 금융결제원을 이용한 인터넷 청약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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